대법원이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의 회계감사 업무를 세무사에게도 열어주는 판결을 내린 데 대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회계 투명성 강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29일 한공회는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의장을 대상으로 제기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 사건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25일 기각 판결을 내리자 “비영리 부문의 회계 투명성이 크게 후퇴할 수 있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한공회는 “서울시 조례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민간위탁 사업비 등 비영리 부문 부정수급 관련 회계투명성 강화 노력이 역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사건은 서울시의회가 지난 2022년 4월 공인회계사만 수행할 수 있던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의 회계감사를 세무사도 할 수 있게 열어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울시의회는 업무 명칭도 회계감사가 아닌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했다. 서울시장은 이에 “명칭이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바뀌더라도 업무의 성격과 본질은 회계사만 수행할 수 있는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에 해당한다”며 이 조례 개정안을 철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또한 “상위법령인 공인회계사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조례 개정안이 업무의 내용을 세무사 등도 수행할 수 있는 지자체 결산서 검사 정도로 새롭게 정의했다는 취지였다.
한공회는 앞으로 서울시 조례가 원래 모습을 되찾도록 시민 청원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무의 수탁기관 결산서에 대해 반드시 외부감사를 받게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