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30일 단행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는 정용진 회장의 취임 첫해 인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올해 3월 회장 승진 이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정 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확고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신상필벌’의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단행된 인사 내용을 보면 우선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던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인물은 한 대표가 유일하다. 한 신임 사장은 지난해 9월 쇄신 인사에서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 등 유통 3사를 이끌며 본업 경쟁력 강화 및 수익 극대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새 대표이사가 내정된 이마트 부문 계열사는 이마트24와 신세계푸드,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L&B, 신세계야구단 등이다. 이마트24대표에는 송만준 이마트 PL·글로벌사업부장이 내정돼 한채양 이마트 대표의 겸직을 해소했다. 올해 선보인 ‘노브랜드 중심 편의점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전해졌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도 대표 겸직을 풀고 각각 새로운 수장을 앉혔다. 최근 사업 조정을 통해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강승협 신세계프라퍼티 지원본부장이 선임됐다. 신세계L&B 대표에는 이마트 출신인 마기환 나라셀라 전무를 대표로 영입했다.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라이프 부문 대표를 겸직한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전상진 이마트 지원본부장이 내정됐다. 신세계야구단 대표에는 김재섭 이마트 기획관리담당이 발탁됐다. 역량을 갖춘 인재라면 직급에 상관없이 대표로 발탁해 성과 창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잘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수시 인사를 통해 4월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한 데 이어 6월에는 e커머스 계열사인 G마켓과 SSG닷컴 대표를 동시에 바꿨다.
이번 인사로 주력인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를 제외한 이마트 부문 주요 계열사 대표가 상당수 물갈이된 모양새다.
신세계 그룹 관계자는 “과거 획일화된 인사 체계를 탈피한 것으로 조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회사 전체적으로는 인재 활용 폭을 넓히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