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부산에서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남매가 항소심에서 양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30일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욱)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동생 A씨와 누나 B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고, 검찰은 양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양형에 자신의 심신 장애를 고려해달라며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미 A씨가 지적장애 2급임이 증명됐다며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A씨 측은 “지적장애 외에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판단력 장애 등 추가적인 정신 병력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요청을 받아들였고 A씨의 감정유치가 결정됐다. 감정유치란 피고인의 정신 또는 신체를 감정하기 위해 법원이 일정 기간을 정해 의료기관 등에 피고인을 유치하는 강제 처분 방식을 말한다.
이어 진행된 B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B씨 측은 “공범으로 볼 만큼 B씨가 동생의 범행을 기능적으로 지배했는지 엄정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형도 범행에 기여한 부분보다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형한 징역 24년보다 1심의 양형이 너무 가볍다며 보다 무거운 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설 연휴인 지난 2월 9일 부산에 있는 친할머니 집에서 할머니를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할머니와 말다툼 중 머리를 벽에 부딪히게 하는 등 할머니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질식사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남매는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급여를 할머니가 관리하는 데 불만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당시 사건 현장에는 없었지만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평소 남동생이 할머니를 죽이고 싶다고 하자 구체적인 살해 방법을 제시하며 범행 동기를 키웠다. 살인을 사고사 등으로 위장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했다. 수사기관은 B씨가 A씨와 함께 살인을 공모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직접 범행을 저지른 A씨뿐만 아니라 A씨를 정신적으로 지배해 살해 계획을 강화하고 범행에 이르게 한 B씨에게도 존속살해 혐의를 적용해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