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37호 신약인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지 6개월이 지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연내 국산 38호 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비보존제약이 개발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이 유력 후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은 오피란제린의 국내 임상 3상 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11월 식약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식약처 허가까지 1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 오피란제린의 심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식약처가 오피란제린을 승인하면 자큐보에 이어 국산 38호 신약이 탄생하게 된다.
오피란제린은 수술 후 통증 완화에 사용되는 주사제 형태의 비마약성 진통제다. 피부·근육·인대·관절 등 신체 말단 통각 수용기의 통증신호 발생에 직접 관여하는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T2)과 세로토닌 수용체 2a형(5HT2a)을 동시에 억제하는 방식으로 진통 효과를 낸다.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동시에 작용하는 셈이다.
오피란제린은 국내 임상 3상에서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복강경 대장절제 수술 후 통증 환자 28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오피란제린 투약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평균 35% 높은 통증 감소 효과를 경험했다. 투약 후 발생한 이상 사례는 대부분 구토와 메스꺼움 등 경증이었고 발생 빈도 역시 위약군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현재 중증도 이상 통증에 사용할 수 있는 진통제는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뿐이다. 오피오이드는 뛰어난 진통 억제 효과 덕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강한 중독성으로 인한 부작용도 크다. 최근 미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펜타닐’이 대표적인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09~2019년 오피오이드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증가하고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2023년 펜타닐 패치제를 연간 한도인 122매(1매당 3일 사용)를 초과해 과다처방받은 환자는 총 755명이었다. 지난해(189명) 대비 약 4배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마약성 진통제 오남용 우려가 커지면서 비마약성 진통제 수요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비마약성 진통제 시장 규모는 2021년 386억 4000만 달러(약 53조 원)에서 2030년에는 779억 달러(약 10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대웅제약(069620)의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가 퇴행성 질환에 따른 만성 통증을 해결하기 위한 비마약성 진통제 ‘iN1011-N17’의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3일 이상 진통 효과를 내는 서방형 주사제 형태의 비마약성 진통제 ‘GB6002’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