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한 게시물이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한 10대 남학생이 학교 교실에서 교사의 머리에 가짜 총을 겨눈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학생은 “장난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그를 가중 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어린 학생의 도를 넘은 폭력성과 교권 붕괴에 사회가 들끓는 와중에 친구가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지 않았다면 학생이 그런 짓까지 했겠느냐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프랑스는 그해 9월부터 15세 미만 학생이 학교에서 수업 때는 물론 휴식·식사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른바 ‘디지털 쉼표’를 강제하는 법을 시행했지만 기기 소지가 허용된 상태에서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올 4월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전문가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한껏 고조시켰다. 보고서는 과도한 스마트폰·SNS 노출에 따른 신체·정신적 악영향을 지적하고 3세 미만의 영상 시청과 11세 미만의 스마트폰 사용, 15세 미만의 SNS 이용 등을 금지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기반해 프랑스는 올 9월부터 시범적으로 약 200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학생의 교내 스마트폰 소지를 금지한 데 이어 내년부터 모든 초·중학교로 이 조치를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이 등교하면 스마트폰을 수거해 하교할 때 돌려주는 방식이다. 알렉상드르 포르티에 프랑스 교육부 학업성취 담당 장관은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며 “아이들의 건강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 침해와 실효성 등의 논란에도 청소년의 스마트폰·SNS 중독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에서 활발하다. 영국은 올 초 교내 스마트폰 사용 금지 지침을 내렸고 네덜란드·이탈리아 등도 유사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호주는 16세 미만의 SNS 사용 제한법을 도입할 방침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의 교내 스마트폰과 SNS 이용을 금지·제한하는 법안들이 발의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기존 입장을 뒤집어 이 같은 규제가 학생 인권 침해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미래 세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