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와 건설 경기에서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이 나왔다. KDI는 11개월 연속으로 내수가 어렵다는 공식 논평을 내놓고 있다.
KDI는 6일 발간한 ‘KDI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양호한 수출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건설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며 내수 회복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12월부터 내수가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KDI는 건설투자와 관련해 “일부 선행지표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위축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선행지표 성격이 강한 건설수주와 주택착공은 지난 9월 기준으로 각각 1년 전보다 2.5%, 47.5%씩 늘었지만 현재 건설투자 집행을 보여주는 건설기성은 12.1% 줄어들었다. KDI는 “선행지표의 개선이 건설투자로 이어지기까진 시차가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에 대해서도 “상품 소비 부진이 지속되며 미약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 9월 소매판매는 음식료품(-6.1%), 의복(-2.3%), 화장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하며 1년 전보다 2.2% 감소했다. 서비스업과 관련해서도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 교육 등 소비와 밀접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생산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짚었다.
내수 위축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고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KDI는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다수의 품목에서 가격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월(1.6%)보다 낮은 1.3%을 기록했다.
다만 견조한 수출이 설비투자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KDI는 “수출은 높았던 증가세가 다소 조정되고 있으나 정보통신기술(ICT) 품목 중심의 양호한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비록 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전월(7.5%)보다 낮은 4.6%을 나타내긴 했지만 이는 지난해 10월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일부 기인하는 만큼 여전히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의미다.
KDI는 “반도체 설비투자는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며 수출 호조세의 영향이 내수 경기에 점차 반영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도 평가했다. 지난 9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51%나 늘어난 덕에 전년 동월 대비 6.1% 증가했다. KDI는 “재고율이 하락하고 평균 가동률도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제조업 회복세는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