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뉴로모픽 소자의 완성도를 한층 높일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KRISS 양자자기센싱그룹이 뉴로모픽 소자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마그논의 미세구조를 국내 최초로 관측했다고 7일 밝혔다. 기존보다 약 1000배 더 미세한 영역까지 파악하는 데 성공해 더욱 정교한 뉴로모픽 소자 설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그논(Magnon)이란 자성 물질 내 양자 스핀(자기적 성질을 가진 전자의 특성)이 서로 영향을 주며 생기는 파동을 말한다. 도미노 하나가 쓰러지면 나머지도 차례로 쓰러지듯, 하나의 스핀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다른 스핀에 물결치듯 에너지가 전달된다.
뉴로모픽 소자는 인간 뇌의 구조를 모사해 설계한 차세대 반도체다. 뉴런이 신호를 만들고 시냅스를 통해 다른 뉴런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모방해 정보를 처리한다. 데이터 처리 장치와 저장 장치가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고전 반도체와 달리, 뉴로모픽 소자는 데이터 저장과 처리를 동시에 수행해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적은 전력으로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뉴로모픽 소자가 최근 급증하는 인공지능(AI)의 전력 소모량을 획기적으로 낮출 혁신 기술로 꼽히는 이유다.
마그논은 뉴로모픽 소자를 구현할 유망 소재 중 하나다. 양자 스핀 하나에 에너지를 가하면 물결치듯 다른 스핀으로 전달하는 고유의 특성을 이용해 여러 신호를 동시에 초저전력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존 기술 수준으로는 마그논의 전체 구조 중 대역폭이 큰 일부 영역만 파악할 수 있어 고성능의 뉴로모픽 소자를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자자기센싱그룹은 주파수 영역에서 마그논의 전체 구조를 국내 최초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VNA(Vector Network Analyzer) 장비를 이용, 기존 알려져 있던 마그논의 주파수 영역 주변에 수많은 미세 주파수 구조가 존재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이 미세 영역에 전기 신호를 보낸 후 반사·투과된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마그논의 전체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기가헤르츠(GHz) 영역에서만 확인이 가능하던 마그논을 메가헤르츠(MHz) 영역까지 관측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이를 이용한 소자 개발의 새로운 길이 열렸다. 마치 뉴런 간 연결이 강할수록 뇌의 기능이 활성화되는 것처럼 마그논의 주파수를 미세하게 조정하면 더욱 정교하게 뉴로모픽 소자를 설계할 수 있어 성능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연구에 연구진이 사용한 마그논 관측 기술은 전기적 방식으로, 특정 영역의 광자 신호를 변환하는 광학적 방식보다 빠르고 간편해 관련 소자 연구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RISS 양자자기센싱그룹 안경모 초빙연구원은 “마그논은 뉴로모픽 소자 이외에도 양자 스핀 큐비트, 양자 초고속 연결망, 차세대 고정밀 센서를 구현할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로 확보한 마그논의 구조를 바탕으로 응용 소자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IF: 14.7)에 8월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