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시 체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를 기반으로 자금세탁 등 범죄를 방지하고 법인 투자의 길을 열어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제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부장검사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행사는 서울경제신문과 법무법인(유한) 화우가 가상자산 시장의 상황을 진단하고 규제 보완점을 모색하고자 공동으로 주최했다. 김 검사는 지난해 9월부터 8개월 동안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에서 근무한 바 있다.
김 검사는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를 해보니 결국 가상자산 관련 범죄는 모두 정보 불균형이 원인”이라며 “주식 시장에 준하는 공시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도 가상자산 시장 질서가 크게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와 발행사, 수사기관과 시장참여자의 정보 불균형이 커지면 정보를 악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기 때문에 가상자산 공시 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공시 시스템은 제도권 내에서 비로소 작동한다”며 “(해외 등) 제도권 밖의 범죄 피해를 막으려면 시장 감시와 경보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현덕 금융감독원 가상자산감독국장은 정보 불균형 해소를 위해 투자자가 정보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시체계도 중요하지만 투자자가 자율책임원칙에 따라 가상자산에 관심을 두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등 다양한 종류의 가상자산이 생태계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현재 시장에서 논의되는 발행·공시 등 관련 법규가 명확하고 고도화돼야 한다”며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규제 동향을 충분히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기반으로 강도 높은 한국의 규제 체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진입 △다양한 파생상품 △해외 법인의 시장 참여가 활발한 해외와 달리 한국은 법인투자와 외국인의 시장 참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시장 초기 자금세탁 등의 위험으로 각종 규제가 생겼지만 지금은 이를 막이 위한 제도가 마련됐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안전망을 잘 마련해 국내 거래소에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누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이 해외로 나가 의도치 않게 자금세탁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고 해외로 유출된 자본을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동영 서울경제신문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훨씬 커지고 있다”며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선진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