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반도체 등 미국 수출 상위 10개 품목이 모두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고율 관세정책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국내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북미 시장에 수출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현지 공장 신·증설을 포함해 글로벌 생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무역협회의 올 1~9월 무역 통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미 수출 상위 10개 품목의 수출액은 389억 6300만 달러(약 54조 5000억 원)로 지난해 대비 33.3% 증가했다. 수출 1위 품목은 배기량 1500~3000㏄인 가솔린차로 전년 대비 9.4% 늘어난 54억 6100만 달러어치가 미국에 수출됐다. 2위는 D램 모듈(54억 3800만 달러), 3위는 배기량 3000㏄ 초과 가솔린차(49억 5300만 달러)였다.
현재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율이 ‘제로(0)’다. 반도체 부품은 미 관세법상 무관세다. 자동차 품목은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평균 두 자릿수를 웃돌고 반도체 부품인 D램 모듈은 165%에 달해 무역적자 축소를 원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문제 삼을 수 있다. 올 9월 기준 수출 상위 10개 품목의 대미 흑자는 376억 6000만 달러로 수출액과 거의 같다. 특히 보편 관세가 적용될 경우 한미 FTA가 무력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미 워싱턴DC 정가에서는 ‘트럼프 2기 관세’가 그의 취임과 동시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싱크탱크 카토연구소는 트럼프가 미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비상경제권한법, 무역확대법 제232조, 무역법 제301조 등을 통해 재량껏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미국이 보편 관세를 시행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자동차·반도체 등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