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뉴 마가는 中과 격차 벌릴 기회…“트럼프와 패키지 딜 필요” [데스크진단]

'트럼프 리스크' 논의할 단계 지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지렛대 삼아

中견제·핵 억지력 패키지 요구를

원전·군함분야 협력도 대비할 때


2017년부터 4년간 미국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을 지내면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를 맡았던 피터 나바로는 올해 7월 출간한 자신의 책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모습을 ‘뉴 마가(New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정의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1기 때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더 세고, 강하게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는 우려가 넘쳐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발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최대 1.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을 비롯해 반도체와 배터리 보조금 축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불리한 요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화 평가절상과 대미 무역흑자 폭 축소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트럼프 리스크’를 얘기한다.



하지만 위기는 늘 기회와 함께 온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7일 “이제 트럼프 리스크만을 얘기할 단계는 지났다”며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 2기를 어떻게 활용해 국익에 도움이 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평생을 거래로 살아온 사람으로 방위비를 높여주는 대신 대중 견제나 우리에게 필요한 핵 억지력 같은 사안을 패키지로 엮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실제 중국은 한국에 커다란 위협이다. 산업기술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국과 한국의 산업기술 격차는 0.3년에 불과하다. 차세대 반도체는 0.4년밖에 안 된다. 중국 업체 SMI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7%로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은 3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월 공개한 한국·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 등 5개국의 핵심 과학기술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은 미래 먹거리를 좌우하는 국가전략기술 50개 분야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뒤졌다. 산업계에는 이대로라면 중국이 한국을 완전히 넘어설 것이라는 공포가 퍼져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는 게 트럼프의 미국이다.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과 직접 무역전쟁을 벌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7조 1739억 달러로 미국(21조 7762억 달러)에 이은 세계 2위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때도 한국은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했다. 균형의 추는 이미 2000년에 무너졌다. 한국의 중국산 마늘 세이프가드 조치에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했고, 결국 정부는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한 바 있고 60%의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힐 정도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관세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며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트럼프 측근들의 분위기는 다르다. 새 행정부의 재무장관으로까지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무역 협상에서의 핵심 지렛대를 관세 부과라고 본다. 나바로 전 국장은 중국 지리자동차가 대주주인 볼보 차량이 “(미국에서) 중국 스파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할 정도다. 주제네바 대사를 역임한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미국을 움직여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트럼프 찬스’는 더 나올 수 있다. 첨단기술뿐 아니라 미국이 필요한 해군 함정 건설, 해외 원전 및 전력 시장 공동 진출 등이 그것이다. 특히 미 해군 함정은 300척 미만으로 중국이 340척으로 더 많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려면 한국의 조선 기술이 절실하다. 미국의 탈중국 및 공급망 재편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올라타는 방법도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가 중국을 더 많이 때려줄수록 한국 기업에는 이득”이라며 “한국 기업이나 정부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미국의 손을 빌려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거래는 시작됐다.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중국을 요리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영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