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강력한 우군으로 활약했던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입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 효율화’ 위원회를 이끌 것으로 관측되는 그는 최소 2조 달러(약 2800조 원)의 연방 지출 삭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 효율을 극대화해 35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재정적자를 줄여가겠다는 취지이지만 연방정부 예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삭감 계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트럼프 2기 내각 입성이 거론되는 가장 유력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머스크는 트럼프를 위해 올해 초 슈퍼팩(정치자금 모금 단체)인 ‘아메리카팩’을 설립해 1억 달러 이상을 기부하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여론을 조성하는 등 트럼프의 당선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승리 선언을 하는 자리에서 머스크를 지목하며 “스타가 탄생했다. 그는 놀라운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는 이미 9월 초 공개 연설을 통해 “연방정부 전체의 재정 및 성과에 대한 감사를 수행하고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개혁 권고안을 제시하는 정부효율위원회를 만들 것”이라며 머스크가 해당 위원회를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머스크의 입각을 놓고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머스크가 정부효율위를 이끌겠다며 ‘최소 2조 달러의 연방 지출 삭감’을 약속해서다. 재무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기준 연방정부 예산은 6조 750억 달러다. 또 연방 예산의 70%는 사회보장이나 의료보험·국방비 등 법적 의무지출에 쓰이며 정부 정책에 따라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예산 등의 재량지출은 1조 6000억 달러에 그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머스크가 원하는 연방대학 지원금이나 소비자보호기금 등을 모두 없애도 2조 달러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규모라는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1기 때인 2019년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황에서 10년간 8450억 달러 규모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예산 삭감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개혁으로 평가되는 ‘앨 고어의 정부 혁신 프로그램(NPR)’도 공무원 27만 명 감축, 25만 건의 규제 폐지 등에 성공했지만 8년간 1370억 달러를 절감하는 수준에 그쳤다. 머스크가 제안한 금액의 7%에 불과하다. 중도 우파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의 브라이언 리들 선임연구원은 머스크의 목표에 대해 “똑똑한 사업가 한 명이 수조 달러의 낭비를 찾아낼 수 있다는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책임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마야 맥기니스 회장도 “단일 연도에 2조 달러 삭감은 연방정부의 기본적 기능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