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치러진 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올해 가장 큰 변수로 여겨졌던 대선이 끝나자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환호했지만 국내는 ‘트럼프 리스크’ 우려에 웃지 못했습니다. 특히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4년 만에 종지부를 찍으며 깜짝 반등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트럼프 2기’라는 위기를 맞이한 국내 증시가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금투세 폐지’로 활력 붙나 했는데…트럼프 등판에 ‘흔들’
미국 대선이라는 초대형 이벤트에 앞서 국내 증시는 금투세 시행이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활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실제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금투세 폐지에 동의한다고 발표하자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83%, 3.43% 오르며 장을 마무리했습니다. 정부가 올 초부터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더불어 1500만 명의 투자자들이 염원하던 금투세 폐지까지 확실해지면서 국내 증시도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틀 뒤인 6일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며 국내 증시는 또 다시 하락의 늪에 빠졌습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중 한때 1% 넘게 내리기도 했으며 ‘해리스(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수혜주’로 꼽히는 2차전지 종목이 다수 포진한 코스닥은 충격을 그대로 흡수하며 1.13% 하락했습니다. 이어지는 목요일과 금요일에도 반등에 실패한 코스피는 결국 금투세 폐지란 호재에도 불구하고 보합세를 보이며 ‘트럼프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습니다. 트럼프 당선이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뚜렷한 원인은 바로 관세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게 기정 사실로 여겨지면서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주가 주를 이루고 있는 한국 증시가 타격을 입는 모양새입니다.
국내 증시가 맥을 못추고 있을 때 미국은 대선이라는 변수가 사라지며 한 번 더 ‘최고의 한 주’를 보냈습니다. 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57% 오른 4만 3729.93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는 2022년 11월 10일 3.70% 오른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역시 5929.04, 1만 8983.47를 기록하며 전장 대비 각각 2.53%, 2.95% 상승했으며 그 다음 날에도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변동성 커지는데…믿을 건 ‘트럼프 트레이드’ 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속담입니다. 이 문장을 살짝 바꿔보면 보면 어떨까요? ‘증시가 하락해도 솟아날 종목이 있다.’
맞습니다. 시장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지만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방산·에너지·인프라 관련 종목은 오히려 날개를 달았습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자산 분야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또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조선도 새로운 수혜 업종으로 추가됐습니다. 종목별로 살펴보자면 방산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인프라에서는 삼부토건(001470)과 HD현대일레트릭 등이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조선 업종에서는 한화오션(042660)·HD현대중공업(329180)의 주가가 특히 강세였습니다.
해당 분야들이 강세인 이유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인프라는 원전 생태계 구축과 우크라이나 재건 등의 영향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방산 업종은 ‘미국 우선주의’와 맞물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재집권으로 가상자산이 집접적인 수혜를 볼 거란 기대감에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7만 7000달러를 넘어서며 관련 업종의 주가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당선으로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며 반도체·2차전지·자동차는 추락했습니다. 세 업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에 위기로 다가오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기차는 오히려 혜택을 볼 수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후원금으로 거액을 지원하는 등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IRA 폐지 항목에서 전기차가 제외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되더라도 머스크의 테슬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후발 주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줄 뿐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테슬라는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금리에 대한 불확실성은 다시금 덩치를 키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재정 적자 우려 등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정도가 시장 기대보다 낮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연준은 올 9월과 이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내리며 기준금리를 4.5%~4.75%까지 낮췄습니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한다면 시장에서 예측한 3%~3.25%(내년 4분기 기준)까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현재 일부 외신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 열릴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일시 중지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에 대표적인 금리 인하 수혜주인 바이오와 금융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미국의 통화 정책 기조가 갑자기 금리 인상으로 바뀔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됩니다. 특히 금융 업종은 밸류업 관련주로도 분류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대선이 끝나고 실제 취임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았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불확실성이 큰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증시도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칩스법, IRA법 폐지 가능성에 반도체·2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약세롤 보이는데 추후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가 바뀐다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짚었습니다.
AI 생태계도 위축될까…“바이든 정부 규제 폐지 기대”
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도 인공지능(AI) 생태계는 굳건한 상황입니다. 엔비디아가 애플을 제치고 4개월여 만에 시총 1위를 탈환한 데 이어 빅테크 기업의 투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AI와 정보기슬(IT) 업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각종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영향입니다, 실제로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많은 정책을 무효화하는 과정 속에서 AI 규제 폐지에 나설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AI 생태계가 견고한 모습을 유지한다면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000660)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코스피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한 주간 10.04% 오르며 ‘나 홀로 질주’를 선보였습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 측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6개월 앞당겨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하루 만에 6% 넘게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범용 반도체와 달리 HBM 반도체는 트럼프 당선로 인한 우려를 덜어도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HBM의 경우 AI 산업 발전에 필수적이라 관세 부과로 가격이 오르면 미국 기업들에는 손해”라며 “빅테크 기업들이 가격을 크게 따지지 않고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