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전통 언론을 위한 변명

■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대중 사익 좇는 '가짜뉴스' 믿지만

대선때 진짜 정보 제공자는 언론

공정·사실 보도 노력에 지지 보내





이번 미국 대선과 관련한 모든 뉴스를 전적으로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등 전통적인 신문사나 다른 거대 주류 방송사를 통해 들었다면 당신은 아마도 가짜뉴스가 아니라 제대로 된 정보를 얻었을 것이고 이번 선거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정확히 감을 잡았을 것이며, 심지어 후보들의 속셈이 무엇인지도 파악했을 것이다. 반면 당신의 주된 뉴스 공급원이 틱톡 인플루언서거나 잡다한 팟캐스트, 혹은 디스코드와 일론 머스크의 X플랫폼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른바 주류 언론인들의 이런저런 실수에도 그들은 후보들이 추구하는 바와 그들의 어젠다가 미국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열심히 취재해 가감 없이 전달했다. 언론이 종종 일부 중요한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관전자들은 그들이 어떻게 문제가 된 쟁점에 관해 알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틀림없이 주류 언론인이 발굴해 보도한 기사를 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그가 이집트 대통령으로부터 10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를 법무부가 중단시켰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건 워싱턴포스트의 특종기사를 읽었기 때문일 터이다. 트럼프의 조언자이자 연방정부 계약업자인 머스크가 블라디미르 푸틴과 비밀 대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건 월스트리트저널의 단독 보도를 접했다는 뜻이다.

물론 필자와 같은 전통적 언론인들이 모든 일을 늘 바르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실수가 나오면 우리는 부끄러워한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잘못을 바로잡는 투명한 절차가 있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것이 대중이 우리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의 일부분이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세계에서는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는 법이 없다. 모든 것을 아는 척 억지를 부리며 오히려 역공에 나선다. 그러나 우리는 솔직히 실수를 인정한다.



실수를 시인하거나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면 대중은 우리를 더욱 신뢰해야 마땅하다. 현실은 정반대다. 실수를 시인하면 대중의 신뢰가 떨어진다. 공직자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아주 드문 경우에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라. 오랫동안 케이블 뉴스 평론가로 활동해온 필자는 청중의 신뢰를 잃는 가장 빠른 방법이 “모른다”고 말하는 것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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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한 대중은 오류나 의혹이 없는 새로운 정보 공급원을 찾는다. 안타깝게도 대중이 원하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고 자처하는 숱한 대체 뉴스 공급원들은 기껏해야 의도되지 않은 ‘정직한 실수’를 그대로 퍼뜨리거나 최악의 경우 날조된 거짓 정보를 유포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금전적 보상이 목적이다. 한마디로 청중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다른 일부는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다. 선거에서 승리하고 관직을 얻거나 경쟁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게 이들의 주목적이다. 나머지는 처음의 두 그룹에 의해 조종되는 쓸모 있는 바보들일 뿐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대체 정보 공급원들’은 우리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방법으로 뉴스 소비자들 사이에 그들의 신뢰도를 쌓아올린다. 그들은 진실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주류 언론사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을 거부한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불소를 첨가한 수돗물이 암을 유발한다거나 필요 서류가 없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불법적으로 투표를 한다든지 아니면 응급 구조 대원들이 홍수로 거처를 잃은 허리케인 피해자들을 방치했다는 등 음모론자들이 늘어놓는 거짓말에 귀를 기울인다.

이 모든 것에 대한 주의 사항이 하나 있다. 거대한 공룡 언론사에 고용된 저널리스트로서 필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뉴스에 명백히 반대하지만 문제의 해결책을 알지 못한다. 그저 미국인들이 뉴스와 기타 정보를 꿰뚫어보는 안목을 기르도록 가르치고 저널리스트들이 주의깊고 철저하며 공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우리는 대중의 신뢰를 잃었고 언론계 내부에서는 이를 어떻게 되찾을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편집국 안에서도 정치적 독립성을 과시하는 최상의 방법을 둘러싸고 현저한 의견 차를 드러낸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자리를 빌어 언론인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위험과 피로, 괴롭힘과 불안정을 묵묵히 감수하는 주류 언론 매체의 동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언론 동지 여러분, 당신은 나의 영웅입니다. 이번 선거기간 내가 이전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어 준비된 유권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러분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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