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한 군함과 선박의 보수·수리·정비(MRO)를 방위비와 연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2일 11차 니어워치포럼 ‘미(美) 새 행정부의 세계 전략과 한국의 대응’에서 “방위비 분담은 오히려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에서 쓰는 돈을 한국이 다 낸다고 해도 부담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송 전 장관은 트럼프 당선인이 언급한 해군 함정 수리에 주목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미국이 대한항공에 군용 비행기 창정비를 맡기며 방위비 분담금을 썼는데 함정 창정비는 항공기 창정비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며 "미국이 이 MRO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국회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당연히 SMA 재협상을 요구하겠지만 미국에서도 국회 비준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만큼 재협상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한 고지를 점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재선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을 피할 수 없는 만큼 2년 내 북미 관계에서 성과를 내려 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북핵 능력의 부분 제거를 목표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의 입장과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오히려 북미 간 핵 거래가 한국의 잠재적 핵 능력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트럼프 전략의 핵심이 동맹국의 자립성”이라며 “한국의 잠재적 핵 능력 확보가 트럼프 전략과 접점이 큰 만큼 북한과 핵 문제 논의 과정에서 적당한 시기에 트럼프와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2기에 대응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집권 세력의 힘이 흔들리면 트럼프 당선인의 위협·승리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며 “대통령실에서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단합하는 모양새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2기의 정책이 1기 때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트럼프 2기는 강화된 트럼피즘 2.0이라 볼 수 있다”며 “1기 때보다 정책이 더 극단적인 데다 평화로웠던 1기 때와 달리 두 개의 전쟁이 진행 중인 만큼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