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아파트 공공보행통로 막으면 매년 벌금 부과…해법 찾을까

한창민 의원, 국토계획법 개정안 발의

지구단위계획 위반 시 이행 강제금

서울 아파트 '공공보행통로' 늘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주고 있지만

폐쇄해도 제재 방안 마땅치 않아

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 설치된 공공보행통로. 사진 제공=서울시서울 시내 한 아파트에 설치된 공공보행통로. 사진 제공=서울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보행통로’ 조성을 약속한 신축 아파트가 준공 후 이 길을 막을 경우 매년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많은 아파트 단지가 ‘불법 담장’을 설치하며 단지 개방을 거부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를 제재할 뚜렷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비사업은 공공보행통로를 대부분 계획에 포함하고 있어 법안 통과 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전면적인 이행강제금 부과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해 지어진 건축물과 공작물의 소유자·관리자·점유자에게 3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1년에 최대 두 번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은 사업 추진 중 수립되는 지구단위계획 및 그 하위 성격인 정비계획에 보행 관련 사항이 규정돼 있다. 즉 법안이 통과되면 공공보행통로 조성을 정비계획에 명시해 둔 신축 아파트는 통로를 폐쇄할 경우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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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행통로는 서울 대단지 아파트 입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기존에 이용하던 보행 동선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수년 전부터 정비계획에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아파트 내부에 외부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길을 둬 단지 외부를 돌아 목적지로 가야 하는 불편을 덜도록 한 것이다. 특히 서울시가 지난해 3월 용적률 인센티브 기준을 개정해 공공보행통로를 지으면 용적률을 최대 10% 늘려주기로 하면서 서울 재건축·재개발 조합 중 상당수가 정비계획에 공공보행통로를 넣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초구 신반포2차(4.86%), 신반포4차(10%), 중랑구 면목7구역(5.9%), 강동구 천호A1-1구역(10%) 등이 공공보행통로 조성을 약속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다.

문제는 아파트를 일반에 개방하는 것을 꺼리는 주민들이 많다는 점이다. 강남구는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래미안블레스티지, 래미안포레스트가 허가 없이 아파트 내외부 경계에 담장을 설치하자 조합장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 밖에 서초구·성북구·은평구 등 서울 각지에서 ‘아파트 불법 담장’을 둘러싼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양상은 사업을 추진 중인 정비조합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시에서 공공보행통로 조성을 권장하고 있어 계획에 넣었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며 “치안 문제를 우려하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행법 상으로는 주택법 위반으로 인한 1회성 벌금 외에는 공공보행통로 미개방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서울시가 올해 초부터 공공보행통로에 지상권을 설정해 사용 권리를 확보하기로 했지만 지상권 위반은 민사 소송 대상이기 때문에 제재와는 거리가 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보행통로는 지속적인 관리와 개방이 중요한데 현 제도로는 사후 관리에 한계가 명확해 이행강제금이라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시는 공공보행통로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게 된 만큼 사후 제재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전면적인 이행강제금 부과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엔 공공보행통로뿐만 아니라 워낙 광범위한 내용이 규정돼 있어 현 법안 내용대로 (국토계획법이) 개정된다면 제재 범위가 과도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공공보행통로를 짓기로 약속하고 용적률 인센티브 및 인허가를 받았으면 시설이 실효성이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며 “원칙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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