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폭력성 높이고 인지력 저하…뇌에도 영향주는 기후변화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추수밭 펴냄





기후변화가 빙하를 녹이고 해수면을 상승시켜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는 사실 이제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 자연 재해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고 있으며, 인류는 이 느린 변화에 점진적으로 순응하며 기후 재난의 두려움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환경 저널리스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은 저서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에서 “기후 변화라는 괴물이 우리의 뇌에 침투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가 지구를 미치게 하는 것으로 모자라 인간을 미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기온 상승은 신경 전달 물질의 일종인 세로토닌에 영향을 미쳐 인간의 폭력성을 높이고, 보복행위를 부채질한다. 저자는 이를 증명할 수많은 사례를 제시하고, ‘평균 기온이 2도 오를 때마다 폭력 범죄 발생률은 3% 증가한다’는 통계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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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과 대기오염은 인지 능력도 떨어뜨린다. 우리의 뇌 조직이 열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뇌세포는 무더위 속에서 포도당을 에너지로 변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섭씨 39도 이상의 기온에서는 구조 변형을 일으킨다. 인체의 신경계는 뇌를 시원하게 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느라 학습에 관여하는 인지 능력이 희생된다. 조사 결과 에어컨 없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에어컨이 갖춰진 기숙사의 학생들보다 인지 능력이 13% 낮았고, 기온이 오르면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중국의 대학입시 시험인 가오카오를 치른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기온이 1표준편차만큼 증가할 때 성적이 1% 감소하는 결과가 나왔다. 저자는 “열기는 감지하기 어려운 유독물질이 되어 뇌를 손상시킨다"며 "상대적으로 더운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이같은 엄혹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식의 케케묵은 훈계를 늘어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는 “폭등하는 기온 앞에서 객관적 판단은 허상”이라며 기후 망각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후 공감’을 제안한다. 기후 공감은 자신이 처한 환경뿐 아니라 타인의 환경까지 헤아리며 자연의 무게를 함께 느끼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투발루와 같은 섬나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식의 예측 대신 자신의 삶과 문화와 고향을 역사에서 지워나가고 있는 투발루 사람들의 고통을 끌어아는 것이 바로 기후 공감이다.

냉소적인 과학자와 정치인들은 많은 사람들이 삶의 전면적인 위기를 겪지 않는 이상 인류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위기를 겪고 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인적 노력이 아닌 사회적 차원의 대응이다. 시위, 정책, 책임에는 집단 행동이 요구되고 집단행동에는 연대 의식이 필요하다. 기후 공감은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다. 2만2000원.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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