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금이 은행 예금에서 빠져나와 미국 주식과 가상자산 등 고수익 투자처로 대거 이동하는 현상이 포착됐다. 특히 미국 대선 이후 이른바 '트럼프 테마'를 타고 투자 심리가 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4일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587조6455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7% 감소했다. 불과 10영업일 만에 10조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적금 해지도 눈에 띄게 늘었다. 5대 은행의 적금 잔액은 같은 기간 38조9176억원에서 38조1305억원으로 2.0% 감소했다. 반면 '마이너스 통장' 잔액은 38조8657억원에서 39조6179억원으로 1.9% 증가해,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한 자금의 상당 부분은 미국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4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1000억 7900만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 대선 직후인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투자 성향이 매우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ETF(SOXL)로, 순매수액이 2억7500만달러에 달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24시간 거래대금이 15조원을 넘어섰으며, 업비트의 경우 지난 13일 하루 거래액이 25조원을 기록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은 예금보다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상품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국내 금융시장의 장기 부진이 해외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