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현지 시간) 홍콩 투자설명회(IR)에서 “한국 정부가 주주들의 이해를 보다 강력히 보호하는 기업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안을 조속히 확정할 것”이라며 “상법과 자본시장법 중 어떤 것으로 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늦어도 다음 달 중순에 입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지도를 받아 금융사를 검사·감독하는 기관이지만 주주 이익에 대해서는 정부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원장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을 지지해왔다.
입법을 책임진 정부는 조용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말 국정감사에서 “올해 (안을) 제출하겠다”고 한 정도다. 기재부와 금융위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 개정보다 소액주주 보호 범위를 자본시장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소액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이 상법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 원장이 배임죄를 없애더라도 상법을 바꿔야 한다고 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부처·기관 간 통일안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야당은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둘러 단일안을 만들고 정치권과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7일 “밸류업에 도움이 되려면 물적 분할 같은 것들을 (자본시장법에서) 구체적으로 개선하면 되지 상법 같은 큰 법을 바꾸면 안 된다”며 “정부도 안을 내고 토론하는 식으로 대응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정치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 안을 통한 역제안이 시급한 이유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법 개정 시 소송 남발 같은 부작용은 분명한데 야당의 의도대로 밸류업 효과가 날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