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홍콩서 만난 전문가들 “환율 1450원 못 뚫을 것…원화 약세 빠르게 진정”

홍콩 외국계 IB 투자전략가 인터뷰

'예측불가' 트럼프 1기와 달리 선반영

원화가 위안화 대비 강세 보일 것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투자전략가가 13일 홍콩 우리투자은행에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동취재단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 투자전략가가 13일 홍콩 우리투자은행에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환율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원화 약세 현상이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외국계 투자은행(IB) 투자전략가들의 전망이 나왔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400원 위로는 올라가더라도 1450원까지는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1기 때는 당선 가능성과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예상하기 어려워 당선 영향이 시장에 선반영되기 어려웠는데, 이번 2기의 경우 관세 정책 등 영향이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돼있다는 분석이다.



성기용 소시에테제네랄(SG) 아시아 투자전략가는 이달 13일(현지 시간) 홍콩 우리투자은행에서 공동취재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원 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400원 위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1420~1430원대에서 추가로 1450원대 이상으로 간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원화의 경우 상대적으로 약세 폭이 일정 부분 빠르게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 투자전략가는 “트럼프 1기 당시에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 과정만 하더라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며 “트럼프가 관세 정책 등 여러 가지를 언급했음에도 실제 현실화할지 시장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미리 선반영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1기 당시에는 트럼프가 2016년에 후보가 되고 연말에 당선된 뒤 취임하고 실제 관세는 2018년부터 올랐다”며 “그 과정을 돌이켜보면 관세를 올리기 전까지는 달러화가 약세가 되기도 했었는데 관세를 올리면서부터 달러화가 강해지고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가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2기의 경우 이미 시장에 정책 방향 등이 선반영돼 있다는 게 성 투자전략가의 분석이다. 성 투자전략가는 “트럼프 2기의 경우 시장은 트럼프가 위협을 하면 실질적으로 관세 인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상당폭의 관세 인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먼저 반영해놨다”며 “실제로 1~2차례 관세가 올랐을 때 포지션을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접근법이 앞으로 3~4개월 동안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트럼프 2기에서는 시장 반응이 우리가 과거 봤던 것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는 게 굉장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됐다"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원화 기준으로 앞으로는 미국 예외주의가 강화되는 동시에 그 기저에 관세와 관련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위안화가 원화 대비에서 약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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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는 중국이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 충격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성 투자전략가는 "최근 환율을 보면 위안화가 원화보다 더 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1∼2년 사이에는 원화가 이상하리만큼 위안화 대비 더 약세를 보였는데 앞으로는 원화가 위안화보다 더 버틸 수 있는 환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진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가 13일 홍콩 우리투자은행에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동취재단김연진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가 13일 홍콩 우리투자은행에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동취재단


김연진 크레디아그리콜 이코노미스트 역시 “트럼프 관세에 따른 영향은 많이 반영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굉장히 많이 지어놓아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트럼프 1기 때보다는 영향이 작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환율의 경우 트럼프가 실제로 관세를 어떻게 부과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뉴스가 나오게 되면 시장이 조금 더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과 중국 정부의 부양책 영향으로 한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조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성 투자전략가는 "트럼프 당선 효과를 반영하는 데 1~2주 정도 걸리겠지만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하려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다”며 “한국 역시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정부 부양책이 더 나올 수 있다면 상쇄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성 투자전략가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자발적 의지도 필요하고 정책적으로 끌고 가는 힘도 필요한데 시장의 기대에 비해서는 아쉬운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눈에 띌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이코노미스트 역시 “기업을 더 압박해서 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시 등을 실시간으로 영어로 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장벽을 없애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콩=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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