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은 2000년 1월 소프트웨어 첨단 강국 육성 목표에 맞춰 ‘소프트웨어 개발 촉진법’을 ‘소프트웨어 진흥법’으로 전면 개정했다. 진흥법에 따라 정부는 소프트웨어 진흥단지를 지정·설치할 근거가 생겼다. 하지만 정부는 24년간 한 곳도 지정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에 나서야 하는데 수요가 거의 없었다”며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가 수도권에 집중 분포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 2003년 한의약 육성법 통과에 따라 한방산업단지 도입 근거도 마련됐다. 과거 약령시장이 발전한 대구시 등을 염두에 둔 법이지만 정작 대구시는 산업단지 신청에 나서지 않았다. 대구에 한의약진흥원이 설립되면서 한방산업단지 지정 필요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사 기능을 지닌 기관이 설립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케이스”라며 “한방산업단지를 추진하려는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설치 근거를 마련한 지역 산업 클러스터 65종 중 13종이 법률 제정 이후 수년이 지나도록 실제로 단지를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산업 클러스터의 83%가 비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력 격차는 오히려 커지고 있어 면밀한 관리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8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지역 산업 클러스터 정책·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진흥단지·한방산업단지·인쇄문화산업단지·국가축산클러스터·수소특화단지 등 13종의 지역 산업 클러스터는 근거 법률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단 한 곳도 지정되지 않았다. 지역 산업 클러스터는 산업 발전을 위해 여러 업체·기관들이 특정 공간에 집적한 것으로 △산업단지 △농공단지 △연구개발(R&D)특구 △경제자유구역 등을 포괄한다. 예정처는 “소관 부처들이 관리를 소홀히 한 셈”이라며 “지역 산업 클러스터 승인·관리·지정·운영 전반에 대한 관리 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기적·통합적 실태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 산업 클러스터가 균형발전에도 기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9월 기준 전국에 운영 중인 지역 산업 클러스터는 총 2330곳으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만 최근 5년간 6조 5000억 원이 투입됐다. 이 중 비수도권에 설치된 지역 산업 클러스터는 1932개로 전체의 82.9%에 달한다. 이처럼 지역 산업 클러스터가 지방에 집중 설치됐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는 꾸준히 확대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776조 6000억 원이던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22년 1229조 1000억 원으로 58.3% 성장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GRDP는 789조 5000억 원에서 1098조 5000억 원으로 37.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예정처는 “지역 산업클러스터 관련 정책·사업을 통한 수도권 일극 현상 완화 및 지역 생산 확대 효과 창출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역 산업 클러스터 간 육성 목표가 중복되거나 여러 지역을 동시에 지정해 집적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확인됐다. 예정처에 따르면 12대 국가전략기술 모두 복수의 지자체에서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있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수의 특구와 산업단지가 중복으로 지정된 탓에 행정구역 면적보다 지역 산업 클러스터의 면적이 더 넓은 기초 지자체도 있다”며 “운영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뒤 문제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