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인이다. 직업이 정치다.
나의 직업을 정치라 인식해온 지도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정치 같다. 특히 ‘과연 내가 그리던 정치가 지금의 모습이었나’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또다시 시민의 광장이 정치적 시위와 집회로 채워지고 있다. 정치가 시민을 시위와 집회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고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사회적 대립과 분열의 피해는 결국 국민 몫이다. 그러한 피해가 반복될수록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더욱 멀어지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질 뿐이다.
바꿔 말하면 정치만 잘해도 국민 삶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바른 정치, 옳은 정치란 무엇일까.
막스 베버는 ‘열정과 책임, 그리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필요로 하는 소명’이 정치라 했다. 그의 말을 빌려 정치가 바른 길로 가기 위해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소명은 무엇일까 고민해봤다.
첫째, 열정을 바탕으로 한 헌신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부지런함과 열정을 장착하고 있다. 다만 이 열정이 특정 이념이나 집단의 이익에 국한돼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국민 전체를 위한 열정이 국가를 위한 헌신으로 발현돼야 한다.
둘째, 책임감 있는 정치다. 정치적 결정은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매 순간의 선택과 결정이 국민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지을 수 있다. 따라서 정치인은 본인의 선택이 우리의 역사로 기록된다는 책임감으로 정치에 임해야 한다.
셋째, 냉철한 판단력이다. 정치에 있어 감성은 필요하다. 국민과 소통·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가슴 말이다. 하지만 개인적 감정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적대적이든 우호적이든 개인적 감정은 편향된 결정을 초래하기 쉽다. 냉철한 이성과 현실에 기반해 실용적이고 발전적인 판단을 이어가야 한다.
이 세 가지 소명은 말로 하기에는 너무도 쉬운 원칙들이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무척 어려운 소명이기도 하다. 만약 정치인이 이들 소명에 소홀할 경우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특정 집단만을 위한 열정으로, 무책임하게, 감정적으로’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
모든 정치인들이 국민 앞에 수시로 다짐하는 말이 있다. ‘초심’이다. 다들 이야기하는 초심 역시 이 세 가지 소명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믿는다. 바로 지금, 우리의 정치가 이러한 부분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야 할 때이다.
나와 같은 정치인들이 직업으로서의 소명을 다하는 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정치적 분열과 갈등은 극복되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회복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