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가계빚 역대 최대, 쓰나미 밀려오기 전에 촘촘히 부채 관리해야


가계빚이 또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19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액을 합친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8조 원 늘어난 1913조 8000억 원에 이르렀다. 관련 통계를 공표한 2002년 4분기 이래 가장 큰 규모이고, 증가 폭도 3년 만에 최대치다. 가계빚 증가의 주요 원인은 한 분기 사이에 19조 4000억 원이나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이다.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영끌’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9월부터 시작된 금융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금융시장 변동성과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빚은 경제성장을 억누를 뿐 아니라 자칫 금융 위기를 초래하는 ‘뇌관’이 될 수 있다. 가계가 부채에 짓눌리면 소비가 위축돼 성장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촉발한 고환율 흐름은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들어 가계의 부채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쓰나미’에 경기가 위축되고 가계부채가 부실화하면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해지고 경기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오죽하면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도 잇따라 한국의 가계부채 리스크를 경고했겠는가. 한은이 “경제 규모가 커지면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가계 신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안이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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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되는 경제 불확실성에 휩쓸려 금융 부실 뇌관이 터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시장 전반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는 한편 일관성 있는 대출 억제 정책과 ‘풍선 효과’ 차단으로 더 이상의 부채 누적을 막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다고 획일적 규제로 무작정 대출을 틀어막는다면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실수요 위축에 따른 내수 침체를 막고 금융 시스템의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저신용자 등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게 꼭 필요한 곳에는 돈이 돌 수 있도록 정교하고 촘촘하게 대출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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