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1월 30일까지 ‘스피드 콜’ 운행 완료 시 프로모션 호출료 금액 총 3000원을 지급합니다.”(우버 택시가 택시 기사에게 발송한 광고 메시지)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법리스크로 휘청한 사이 글로벌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경쟁 업체를 뒤흔든 뒤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한국에서 펼치는 모습이다.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2013년 한국 시장 진출 후 철수한 뒤 올해 초 다시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 택시는 최근 택시 기사를 겨냥한 파격적인 현금성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우버 택시 앱으로 호출한 콜을 수락한 택시 기사는 평일·주말 및 시간대, 수락 횟수에 따라 최대 2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토·일요일 자정부터 오전 3시까지 5회 콜을 수락하면 2만 원을, 그 외 시간대에는 1만 원을 주는 식이다. 평일에 2회만 수락해도 4000원을 준다.
이번 달까지는 여기에 더해 콜을 수락하고 1분 안에 도착하는 경우 ‘스피드 콜’로 3000원의 추가 호출료를 지급한다. 연말까지는 기사에게 지급한 프로모션 코드로 승객이 우버 택시를 탑승하면 1명 당 5000원을 주는 프로모션까지 펼치고 있다. 기사 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첫 탑승 3회 동안 기본요금(4800원)을 면제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한 택시 기사는 “우버가 수수료를 받지 않는 데다 콜을 받으면 추가로 돈을 더 주니 콜이 오면 우선적으로 받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공룡인 우버가 안정적인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무적 손해를 감수하는 파격적인 ‘출혈 전략’에 나선 것이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외에서 시장을 잠식한 방법을 국내에서도 실행에 옮겼다는 분석이다. 국내 콜택시 플랫폼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가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규제 당국의 막대한 과징금 부과, 검찰 수사 등으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기회를 파고들어 시장 점유율을 뺏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1위라고는 하지만 연매출 60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113억 달러(약 15조 70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우버와는 자금력에서 비할 수 없다.
우버는 인도, 브라질 등에서 비슷한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인도에서는 현지 업체 ‘올라 캡’이 선점한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해 공격적인 투자로 과반 점유율을 차지했다. 브라질에서는 같은 방식으로 5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해 시장을 손에 넣은 뒤 수수료를 대폭 높이면서 이익을 내는 전략을 취했다. 독일에서도 우버의 공세로 시장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 전략 속에 우버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우버 택시 앱의 월간활성화이용자(MAU) 수는 4월 52만 명 수준이었지만 8월에는 82만 명까지 급등했다. 1300만 명 안팎에 달하는 카카오T와 격차가 크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사법 리스크와 자금력 한계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구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첨단 기술 경쟁 시대에 산업 인프라 역할을 하는 플랫폼 산업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다. 공정한 경쟁 상황이어도 로컬 기업이 글로벌 대기업에 대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규제의 칼날마저 국내 기업에만 향해 있어서는 플랫폼 산업을 내주려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는 “글로벌 트렌드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추세인 점과 역행하는 모습”이라며 “플랫폼 산업을 내주는 건 국내 자본의 유출과도 같다는 점을 규제 당국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