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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합의금 명목으로 수십만원 요구"…KCGI, '먹튀' 댓글 단 DB하이텍 주주 고소했다 [시그널]

KCGI, 일부 개인 주주 대상 공격

소액주주가 검찰에 고소한 배경

6.6만원 매각 후 현 주가 3만원대

지배구조 개선 전 차익실현 불만

"고소 남발 펀드 심판 받아야"

고소당한 주주 무료 법률지원도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제공=KCGI강성부 KCGI 대표. 사진제공=KCGI




강성부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펀드 KCGI가 DB하이텍(000990) 일부 소수 주주를 대상으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DB하이텍 소액주주들이 KCGI를 검찰에 고소하게 된 주 배경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최근 비판하는 댓글을 단 개인주주들을 고소했다. 한 주주는 “올해 초 KCGI가 6만6000원에 DB하이텍 주식을 팔고 나간 것에 화가 나서 ‘먹튀’라고 댓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갑자기 10개월이 지난 지금, KCGI가 고소를 했으니 경찰서로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주주는 “합의금 명목으로 KCGI를 대리하는 법무법인이 수십만원의 돈까지 요구한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KCGI가 일부 주주들을 공격하자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에서 맞고소에 나선 것이다. 고소를 당한 주주들은 소액주주연대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고, 주주연대 화상회의와 액트 주주투표를 통해 KGCI에 대한 맞고소를 준비했다.

최근 DB하이텍 소액주주 연대는 ‘KCGI가 고의로 DB하이텍의 경영권을 위협해 단기 차익을 얻고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며 회사를 검찰에 고소하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냈다. 지난해 말 6만6000원에 DB Inc에 지분을 넘긴 후 주가는 현재 3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당시 주주들은 지배구조 개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행동주의 펀드가 차익 실현하고 빠져 나갔고, 특히 시가보다 비싸게 프리미엄을 받아 엑시트 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KCGI가 소액주주 일부만 고소한 것에 대해 ‘다시는 KCGI에 덤비지 못하게 버릇을 고치겠다는 의도’와 ‘일부만 공격해 주주연대 내 내분을 노리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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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연대는 KCGI로부터 고소당한 소액주주들을 모아, 무료로 법률지원하기로 했다. 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이상목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소액주주들을 우습게 보고 고소를 남발하는, 그린메일 방식으로 경영진에게 고가에 주식을 팔고 나가는 행동주의펀드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KCGI는 지난해 3월 DB하이텍 지분 약 7.05%를 매입하며 경영 참여를 선언했다. 6월에는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담은 주주서한을 제출했다. 하지만 약 9개월 만인 12월 말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졌다’며 5.63% 지분을 DB하이텍의 모회사인 DB Inc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소액주주연대는 KCGI가 시세(당일 종가 5만 8600원)보다 12.6% 높은 주당 6만 6000원에 지분을 팔아 수백억 원의 차익을 챙겼고 DB하이텍의 주가가 급락하며 주주들이 손실을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 연대는 KCGI가 DB그룹과 미리 짜고 프리미엄만을 노려 지분 매입을 결정했다는 의혹도 있다며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 측은 이날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CGI는 LK투자파트너스 출신인 강성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기업 거버넌스(의사결정과정) 개선과 주주 권익을 기치로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다만 한진칼 때도 처음에는 행동주의 카드를 꺼냈다가 결정적인 순간 실속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8월에는 한양증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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