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대기업 그룹이 올 3분기 차입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삼성과 한화그룹은 자금 수요가 있어 반대로 대출을 늘렸다.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B·신한·하나금융지주(086790)가 각각 공시한 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HD현대 등 상위 주채무계열 그룹의 신용공여 합산액은 올 3분기 말 93조 2342억 원으로 직전인 2분기(94조 9442억 원) 대비 1.8% 감소했다.
SK그룹이 올 2분기 말 17조 3961억 원에서 15조 9387억 원으로 8.4%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LG그룹은 11조 1653억 원에서 10조 5295억 원으로 5.7%, 현대차그룹은 13조 9990억 원에서 13조 8578억 원으로 1% 각각 줄었다. 최근 유동성 위기 ‘루머’가 돈 롯데그룹 역시 같은 기간 차입 규모가 12조 9114억 원에서 12조 5995억 원으로 축소됐다. 금융지주들의 대기업 그룹 신용공여 규모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기업들이 여신을 상환하거나 부채 비율 관리를 강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자금 운용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차입 규모를 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삼성그룹이 3개 금융지주에서 대출한 금액은 올 2분기 말 17조 6790억 원에서 18조 958억 원으로 2.4% 늘었다. 특히 한화그룹은 같은 기간 10조 6951억 원에서 11조 6727억 원으로 9.1% 급증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여유 자금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한화그룹은 방산·조선 등 자금 수요가 큰 사업에 집중하면서 운전 자금용 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