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증시 레벨업’ 외치면서 기업 옥죄는 상법 개정 밀어붙이나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기업 경영을 전방위로 옥죄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검토안에 더해 ‘이사의 총주주 이익 보호 의무’ 조항까지 신설됐다. 이사의 충실·보호 의무 조항을 모두 담아 경영진이 일반 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 놓은 것이다. 또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인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독립이사 선임 등의 내용도 담았다.



이번 개정안은 경영권을 위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독소 조항으로 가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이 다양한 주주 이익을 모두 충족하라는 요구 자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소송 남발을 우려해 신속한 투자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선진국이 주주 충실 의무 조항을 두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을 확대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할 경우 투기 자본이 지분 쪼개기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을 쉽게 공격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해외 투기 자본 먹튀 조장법”이라며 걱정이 태산이다. 실제 2003년 행동주의 펀드 소버린의 SK㈜ 경영권 공격이나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공격 때 비슷한 수법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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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리 확대를 통해 선진 증시로 레벨업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 일변도의 상법 개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등 대외 악재로 주춤거리는 우리 증시에 되레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법이 통과되면 미래 투자 위축 등으로 기업의 장기 가치 하락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고스란히 기업의 성장 저해와 주주 피해 등으로 돌아올 것이다. 거대 야당은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상법 개정 강행을 중단하고 기업의 성장 촉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처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상법 개정을 두고 부처별로 딴소리나 할 게 아니라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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