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가판대서 500원짜리가 '86억'에 팔렸다…'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의 정체

이탈리아 작가 카텔란 '코미디언' 경매 화제

예상 가격 최대 150만 달러 뛰어 넘어 낙찰

11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 시사회에 전시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AP연합뉴스11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 시사회에 전시된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 AP연합뉴스





이탈리아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경매에서 620만 달러(약 86억 7000만 원)의 낙찰가에 새 주인을 찾았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태생의 가상화폐 기업가 저스틴 선이 경매에서 이 작품을 사들였다.

카텔란이 2019년 미국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미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은 굵은 강력 접착테이프를 이용해 벽에 붙여놓은 바나나 한 개가 전부다. 낙찰자는 바나나와 접착테이프 롤 각각 한 개와 바나나가 썩을 때마다 이를 교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설치 안내서, 진품 인증서를 받게 된다.

관련기사



당시 아트페어에서 한 행위예술가가 관람객 수백 명이 보는 가운데 바나나를 벽에서 떼내 먹어버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관람객이 너무 몰리는 바람에 결국 작품을 철거해야 했다.

작품은 총 세 개의 에디션으로 구성됐으며 당시에는 각각 12만∼15만 달러(약 1억 6000만∼2억1000만 원)에 팔렸다. 한 점은 이후 구겐하임에 기증됐고, 다른 두 점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의 이전 소장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매 전 추정가격은 100만∼150만 달러(약 14억∼약 21억 원)로 제시됐지만, 약 6분간 이어진 치열한 입찰 끝에 최저 예상가의 6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

80만 달러에서 시작한 입찰가는 20초도 지나지 않아 최고 추정가인 150만 달러를 넘어섰고, 온라인 입찰자와 전화 입찰자 간의 경쟁 끝에 최종 낙찰됐다고 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경매장에 작품이 등장하자 빽빽이 들어찬 참석자들이 일시에 일어나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홍콩에서 입찰에 참여한 저스틴 선은 성명을 통해 "(카텔란의 작품은) 예술, 밈, 가상화폐 커뮤니티의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적 현상을 나타낸다"며 "앞으로 며칠간, 이 독특한 예술적 경험의 일부로 바나나를 직접 먹어서 예술사와 대중문화에서 그것이 차지하는 위치를 기릴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수년 간 미술계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바나나가 팔렸다"며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이 됐지만, 며칠 안에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경매에 나온 작품 속 바나나는 경매 전 맨해튼 어퍼 이스트사이드 근처 과일 가판대에서 35센트(약 500원)에 산 브랜드 돌(Dole)의 제품이다. 방글라데시 출신의 가판 상인은 자신이 판매한 바나나가 원래 가격의 수천 배에 팔렸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박경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