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자신의 가족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에 대해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직접적 해명은 삼가면서도 자신을 겨냥한 친윤(친윤석열)계 공세를 ‘자중지란’으로 몰아세운 발언이다. 한 대표의 지적에도 당무 감사 여부를 둘러싼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의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 게시판에 자신과 가족 명의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올라온 것에 대해 “당에서 법적 조치를 예고한 바 있기 때문에 위법이 있다면 철저히 수사하고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4일 “분란을 만들어서 분열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며 당원 게시판 논란에 첫 입장을 밝힌 뒤 일주일 만에 침묵을 깬 발언이다.
그러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고와 민생 사안이 많은 중요한 시기에 제가 건건이 대응하지 않은 이유는 그렇게 돼서 다른 이슈를 덮거나 그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당 대표로서의 판단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당원 게시판 논란과 관련한 질문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강하게 부인한 한 대표는 “변화·쇄신·민생을 약속했고 (지금이) 그것을 실천할 마지막 기회”라며 “불필요한 자중지란에 빠질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 대표 측은 당원 게시판에 한 대표와 동명이인이 8명이나 활동한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지만 아내 진은정 변호사 등 가족 명의 비방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당원 신분에 대해 법적으로도 그렇고 (당원 보호를 위한) 당의 의무가 있다”며 “위법이라든가 이런 게 아닌 문제들이라면 제가 건건이 설명해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눠봤느냐’는 질문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고만 말했다.
친한계와 친윤계는 당무 감사의 필요성을 두고 연일 충돌하고 있다. 친한계 서범수 사무총장은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은 당원들은 “‘일반 당원’으로 당무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진종오 최고위원도 “자꾸 당무감사를 해야 한다는 것은 에너지 낭비”라고 일축했다. 반면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털어낼 것이 있으면 빨리 털어내고 해명할 것이 있으면 명명백백하게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적어도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선고 때까지는 이 문제를 일단락지어야 한다”고 한 대표를 압박했다. 다만 한 대표는 당무 감사의 필요성에 대해 “당 시스템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