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가상자산 정책을 전담하는 직책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던 만큼 직책이 만들어지면 가상자산 업계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인수위원회는 백악관 내 가상자산 정책 전담직을 신설하기로 하고 해당 직책에 적합한 후보자 물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가상자산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디지털자산 업계를 강력하게 제재했던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임하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가상자산 대통령자문위원회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현재 이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직책의 역할과 범위는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고위 직책이 될지, 연방정부 전반의 정책·규제를 감독할 ‘가장자산 차르(정책총책임자)’가 될지도 불명확하다. 다만 업계에서 새 직책이 당선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직책은 소규모 조직을 이끌면서 의회·백악관·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 기관 사이의 소통 및 조율을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팀이 구체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지만 최근 며칠 사이에 업계 인사들이 잇따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해 트럼프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SEC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브라이언 브룩스 전 바이낸스 미국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당선인과 만났고 코인베이스글로벌의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도 트럼프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는 가상자산을 ‘엄청난 사기’라고 규정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2019년 페이스북이 ‘리브라’라는 가상자산을 도입하려 하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그것은 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사기일 뿐”이라며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화폐가 달러 패권을 위협한다며 날을 세우던 트럼프는 이번 대선 기간에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이 되겠다” “가상자산을 영구적인 국가 자산으로 만들겠다”며 적극적인 옹호론자로 돌변했다. 단순 ‘지지 표명’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업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는 대선 기간에 두 아들(도널드 주니어·에릭)을 통해 가상자산 기업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을 설립했으며 자신의 네 번째 대체불가토큰(NFT) 컬렉션도 출시했다. 최근에는 본인이 대주주로 있는 트럼프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TG)이 가상자산거래소 백트(Bakkt)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