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까지 수험생에게 무료로 제공한 입시 컨설팅이 7만 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 평균(4~5만 건)과 비교하면 최대 3만 건, 수능에서 처음으로 초고난도 문항(킬러문항) 배제 원칙이 적용돼 상담 건수가 늘었던 지난해(5만3000여건)와 비교해도 3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의대 정원 증원, 전공 자율선택제(무전공 선발) 확대 등으로 입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공공 입시 상담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운영 중인 대입상담센터 2024년 실적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상담 건수는 6만7544건이다. 온라인 상담이 5만213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전화(1만3818건), 화상(849건), 대면(738건)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5만3024건과 비교하면 27% 늘어났다. 당국이 수시 합격자 발표날인 내달 13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를 정시 집중 상담 기간으로 정한 만큼, 상담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담 건수가 급증한 배경에는 대입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내년 전체 의대 모집인원은 기존 3058명에서 4567명으로 1509명 증가했다. 교육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비수도권에 80%의 정원을 우선 배정하면서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도 늘었다.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은 59.7%로, 50%였던 2024학년도와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여기에 의대 정원 증원으로 역대 최다 N수생이 몰리면서 입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이에 많은 수험생들이 입시 전략을 세우기 위해 비용 부담이 없는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무전공 모집 확대도 눈에 띄는 변화다. 올해 무전공 선발 인원은 총 3만7935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2만8000여명이 늘어났다. 이밖에 수능 선택 과목 제한도 대폭 완화돼 자연계열 지원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공공 입시 상담 서비스 확대도 상담 건수가 늘어난 이유로 꼽힌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공교육 신뢰도를 제고하고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대입상담센터 운영 예산을 지난해 27억 원에서 올해 45억 원으로 증액해 대입상담교사단 수를 지난해 372명에서 423명으로 늘렸다. 지난 9월 4일부터 13일까지 수시 집중 상담 기간을 정해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실시간 화상 상담을 실시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증원·무전공 선발 확대 등 대입 변화와 정부의 공공 입시 상담 확대 등으로 상담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공 입시 상담을 찾는 수험생 증가가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치동 학원가 기준 입시 컨설팅비는 한 시간에 30만 원이 최대이지만, 시간당 1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치동에서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는 “공공 입시 상담 교사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사설 컨설팅 업체를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있지만, 당국이 입시 상담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사설 학원을 찾는 이들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올해 실시한 수시 상담 만족도 조사에서 100점 만점 기준 94.65점이라는 높은 점수가 나온 만큼, 교육부는 공공 입시 상담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