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던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내년부터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대형 아티스트들이 잇달아 활동에 들어서며 국내 엔터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점쳐진다.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엔터 업종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전문가들은 다만 엔터 업종의 극심한 변동성과 경영권 분쟁 등 위험 요소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최근 한 달간 ‘ACE KPOP포커스’의 수익률은 18.85%로 국내 주식형 ETF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뿐 아니다. ‘TIGER 미디어콘텐츠’와 ‘HANARO Fn K-POP&미디어’ ETF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각각 14.94%와 14.90%다. 이는 전체 ETF 수익률 상위 10종목에 포함되는 수치다. 국내 주식형 ETF 중에서 수익률 상위 10종목 안에 든 건 엔터 업종 3개가 유일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터 업종의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아티스트들의 복귀로 국내 엔터 기업들의 공연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동방신기나 빅뱅 등 인기 가수들의 군 제대 전후로 가파른 주가 상승세가 있었다”며 “BTS의 월드 투어 활동에 따른 내년 하이브(352820)의 예상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70% 넘게 증가한 3500억 원으로 추산된다”고 짚었다.
내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와 JYP엔터테인먼트의 호실적도 기대된다. 올해 데뷔한 신인들의 가파른 성장세 덕분이다. 임유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 2월 데뷔한 SM의 일본 현지화 그룹 NCT WISH가 빠른 성장을 보이며 데뷔 때 발생했던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JYP엔터 역시 트와이스·스트레이키즈 등 고연차들의 일본 공연과 팬미팅 활동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다.
수급 상황도 좋다. 현재 국내 증시에 마땅한 주도주가 없다는 점과 엔터 업종의 주가가 많이 빠졌다는 사실이 부각되며 매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특히 밸류업 지수 발표 이후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기관은 지수 발표날인 9월 24일 이후부터 이날까지 JYP엔터와 에스엠의 주식을 각각 910억 원어치와 580억 원어치 사들였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하이브와 JYP엔터 주식도 같은 기간 총 3080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엔터 업종의 주가 상승을 점쳤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 점은 부담으로 꼽았다. 실제 이날 4대 엔터 기업의 주가는 차익 실현 매물이 등장하며 JYP엔터를 제외하고 모두 전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 급등은 저가 매수 심리와 내년 전망에 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도주가 생겨나면 언제든 주가가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엔터 업종 특성상 인적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도 문제다. 올 상반기 엔터 업종의 주가가 부진한 데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잇달아 구설에 오른 영향도 컸다. 하이브는 아직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경영권 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 아티스트 뉴진스의 이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맹목적인 매수는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