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2일 내년 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 가능성을 시사했다. ‘건전재정’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삼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야권의 추경 요구에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한다”며 거부해 왔다. 하지만 임기 후반부 국정목표로 ‘양극화 타개’를 제시하고, ‘재정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정책 노선에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내년 초 추경으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내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구체적인 편성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이다.
이는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그동안 건전재정을 철칙으로 삼아왔으나 내수 부진이 계속되고, ‘서민들의 정책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반복되면서 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권에서 지속 제기됐다.
대통령실도 임기 후반기 국정목표로 ‘양극화 타개’를 제시한 이후부터 재정의 추가 투입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추경을 편성한 건 취임 직후였던 2022년 5월 코로나로 피해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59조 원대 추경이 유일하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선 신중론도 감지된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내년 추경론’은 시기상조일뿐더러 ‘양극화 타개’ 정책을 완성한 뒤 추가 재정 편성을 논의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양극화 해소 정책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본체가 나와야 추경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초 추경 편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연초 추경을 했던 적은 IMF 외환위기 직후가 유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