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에서 두산밥캣(241560)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454910)에 편입하는 두산(000150)그룹의 사업재편안이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았다. 7월 11일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 후 약 4개월 만에 그룹 재편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두산로보틱스는 12일 제출한 제6차 분할·합병 정정신고서에 대한 효력이 발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46.06%) 보유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내용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두산에너빌리티 1대 두산로보틱스 0.0433으로 최종 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가 있으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88.5주와 두산로보틱스 4.33주를 받을 수 있다.
두산은 본래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고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완전 합병하는 사업 개편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이 1조 원에 달하는 ‘캐시카우’인 밥캣 주식 1주를 영업이익 200억 원대에 불과한 두산로보틱스 주식 0.6주로 바꿔주는 주식 교환 비율이 반발을 불렀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이어 금융감독원이 나서 두 차례 공시 변경을 요구하며 압박하자 두산은 49일 만에 합병안을 일부 철회했다.
이후 두산은 밥캣·로보틱스 합병안을 포기하고 밥캣을 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만 재추진했다. 주식 교환 비율도 두산에너빌리티 1대 두산로보틱스 0.0315에서 0.0433으로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상향 조정했다. 기존 안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가 있으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75.3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15주밖에 받지 못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 합병 비율을 변경했다”며 “단순 환산하면 기존 안보다 39만 원(100주 기준)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회계법인 두 곳의 추가 검증까지 받으면서 합병가액의 적정성을 확인받았다.
두산그룹은 이번 사업재편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려 6차례 증권 신고서를 정정한 끝에 결국 금감원의 문턱을 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주주총회의 승인과 주식매수청구권 해소다. 두산그룹은 다음 달 12일 회사의 분할·합병안을 다루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다. 전체 주주의 3분의 1 이상 및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주총을 통과하면 1월 2일까지 주식매수청구 행사 기간을 거친다. 만약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 측이 제시한 한도를 넘는다면 청구권 한도를 더 높이거나 개편안을 철회해야 한다. 1월 31일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가 제시한 청구권 가격은 각각 2만 890원, 8만 472원이고 회사가 제시한 한도는 두산에너빌리티 6000억 원, 두산로보틱스 5000억 원이다.
이날 두산 합병안 승인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사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5.74% 오른 2만 2100원, 두산로보틱스는 0.87% 오른 6만 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반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주가보다 높으면 주주들은 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두산은 주총과 주식매수청구권 기한까지 재편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 주주들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두산로보틱스는 해외시장에서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을 통해 고객 접점을 늘릴 수 있고 두산밥캣의 현지 채널 관리 역량과 파이낸싱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길이 트이게 된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역량을 활용해 주력 사업 영역인 건설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 관계자는 “남은 기간 주주들에게 그룹 재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