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를 청탁하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경찰 총경 출신 곽정기 변호사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2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 변호사와 박 모 경감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박 경감에게는 635만원의 추징도 명했다.
재판부는 “곽 씨의 행위는 법률생활의 공정을 방해하고 법질서를 문란하게 한다”며 “경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로서 현직 경찰관과 지속적으로 교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직 경찰관들에게 경찰 출신 변호사 접촉을 규정상 금지하고 있는 이유는 수사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힘을 내기 때문이다”며 “피고인은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자신이 가진 다이어리를 찢어 버리는 등 증거인멸도 했다”고 강조했다.
박 경감에 대해서는 “기록상으로 나타난 행위만 보면 이 사건에 법조 브로커로 개입한 이 모 씨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범행을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곽 변호사가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으로부터 5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공소사실에서 유일한 증거인 정 회장의 진술이 현금을 교부한 과정이나 경위 등을 살펴볼 때 변경되는 모습이 보이면서 합리적인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곽 변호사가 박 경감에게 100만 원 자기앞수표 4매를 준 사실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곽 변호사는 2022년 6~7월 백현동 개발업자인 정 회장으로부터 개발비리 경찰 수사와 관련해 수임료 7억원 외에 공무원 교제 청탁 명목으로 5000만원을 별도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백현동 사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하던 2014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백현동 아파트 개발 사업 과정에서 청탁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한 것이 핵심이다. 검찰은 민간업자에게 단독 시공권을 줘 공사에 2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곽 변호사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정혁 전 고검장은 올 8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