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러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결제 창구로 쓰이는 금융기관을 틀어막아 전쟁 자금 조달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확전 가능성까지 점쳐지며 시장 불안이 커지자 천연가스 가격은 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2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는 50여 개 러시아 은행, 40여 개 러시아 증권 등기소, 15명의 러시아 금융 관료 등 총 118개 단체와 개인의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된 이들과 기관은 사실상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배제된다. 미국은 이와 함께 러시아의 독자 지급결제 시스템인 SPFS에 참여하는 해외 금융기관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 제재에는 러시아 최대 은행 중 하나인 가스프롬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가스프롬은행은 국영 천연가스 기업 가스프롬의 자회사로 러시아와 유럽 국가 간 천연가스 결제의 창구로 활용된다. 전쟁 물자 조달과 군인 급여 및 사망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통로로도 쓰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유럽의 에너지 가격 불안정을 우려한 미국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최근 전황이 급변하자 추가 규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피해 군사 자금을 조달하고 장비를 갖추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천연가스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의 기준으로 평가받는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은 이날 1㎿h(메가와트시)당 48.303유로로 전장보다 3.22% 올랐다. 이는 지난해 11월 27일 49.139유로를 기록한 후 약 1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세계 3대 천연가스 생산국인 러시아의 공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