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비매너 '늑장 플레이' 뿌리 못 뽑나

◆골프계 슬로플레이로 또 시끌

"3번 반복하면 투어 카드 뺏어야"

헐·코르다 불만 표출에 또 도마위

KLPGA 벌칙 강화로 21분 단축

"천천히가 최선 아냐' 인식 확대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내 늑장 플레이 문제를 제기한 넬리 코르다(가운데)와 찰리 헐(오른쪽). AFP연합뉴스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내 늑장 플레이 문제를 제기한 넬리 코르다(가운데)와 찰리 헐(오른쪽). AFP연합뉴스




10월 DP월드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경기 장면. 일부 골프 팬들은 김주형의 플레이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대회 조직위10월 DP월드 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경기 장면. 일부 골프 팬들은 김주형의 플레이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대회 조직위


“늑장 플레이를 한 선수들에게 2벌타를 주고 세 번 반복되면 투어 카드를 뺏어야 합니다.”(찰리 헐)



“거의 6시간 동안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은 짜증 났을 겁니다. 정말 바뀌어야 합니다.”(넬리 코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늑장 플레이’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며 국내 골프 투어 경기 시간에 대한 골프 팬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와 통산 2승의 찰리 헐(잉글랜드)은 최근 끝난 LPGA 투어 더 안니카 드리븐 이후 일부 선수들의 슬로 플레이를 직격했다. 실제로 이 대회 3라운드는 해가 져서 그린에 볼이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끝이 났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도 슬로 플레이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PGA 투어 측에서 규정을 바꿔 늑장 플레이에 대한 벌금을 낮추려고 하자 오히려 상당수 선수들이 즉각 반대하고 나섰다. 최정상 선수들이 모인 투어인 만큼 플레이를 최대한 존중해주자는 게 투어 측 입장인데 실제로는 플레이가 느린 몇몇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많다는 뜻이다. 슬로 플레이가 골프를 ‘죽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골프계 전체가 공감하고 있지만 문제는 ‘느린 선수’는 자기가 느리다는 문제 인식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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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어도 슬로 플레이와 전쟁 중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종종 6시간 넘는 ‘엿가락’ 경기로 골프 팬들의 지적을 받아왔다. 방법은 결국 제재 강화다. 투어 측은 이번 시즌 벌금 등 적극적인 배드 타임(샷 시간 초과 페널티) 부과에 팔을 걷어붙였다고 한다.

첫 번째 배드 타임 부과는 경기위원의 구두 경고다. 두 번째부터는 경고가 아닌 실질적인 페널티가 주어진다. 한 대회당 배드 타임이 2회 부과되면 1벌타와 함께 4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 대회에서 3회 배드 타임이 주어지면 추가적인 일반 페널티(2벌타)와 함께 다음 1개 대회 출전 정지와 벌금 600만 원이 부과된다. 한 대회에서 특정 선수가 네 번의 배드 타임을 받으면 바로 실격 처리되고 다음 3개 대회 출전 정지와 벌금 800만 원을 내야 한다.

KLPGA 투어에 따르면 이번 시즌 배드 타임 부과 횟수는 47차례에 이른다. 이로 인해 지난해 5시간 35분이었던 평균 경기 시간을 올해 5시간 14분으로 21분 앞당길 수 있었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경기위원들이 직접 휴대폰이나 시계 등으로 샷 시간을 확인하면서 이를 어기는 선수들에게 현장에서 즉각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이의를 제기하거나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많았는데 점차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적극적인 배드 타임 부과를 통해 선수들과 팬들이 원했던 원활한 경기 운영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 경기의 특성상 모든 조에 경기위원이 따라붙어 샷당 40초가 넘어가는지 재고 있을 수는 없다. 또 시간을 재기 시작하는 시점을 언제로 하느냐를 놓고 상황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결국 선수 개개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미리 샷을 준비하지 않고 동반 선수가 샷을 마치고 나서야 준비에 들어가는 느린 습관은 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타이거 우즈 주도의 TGL에서는 매 샷에 40초 시간 제한을 두는 ‘샷 클락’을 도입한다는데 경기장이 작고 출전 선수도 적은 스크린골프리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TGL에서 시행되는 샷 클락은 슬로 플레이 근절을 지향하는 실제 프로골프 투어 측에서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겠다.

KLPGA 투어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기록된 5시간 47분이 평균 경기 시간으로 올해 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균’ 기록이다.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2라운드에 마지막 조 선수들은 밀리고 밀려 경기를 마치는 데 7시간 11분(전반 9홀 뒤 휴식 시간 포함)이나 걸렸다. 난코스로 꼽히는 곳에서는 신중이 도를 넘어 이렇게 엿가락 라운드가 빚어지고는 한다.

국내 투어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도 그랬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따르면 이번 시즌 KPGA 투어 평균 경기 시간은 4시간 40분이다. 슬로 플레이 규제는 KLPGA 투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천천히 친다고 더 잘 치는 것 아니다’는 인식이 선수들 사이에 자리 잡혀 있다는 분석이다. KPGA 투어에 올해 배드 타임 부과 선수는 3명뿐이었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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