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전세계 기상 예보 분야에서 점차 두각을 드러내는 가운데 내년부터 국내에도 '인공지능(AI) 일기예보'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이달 20일 제주 서귀포시의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이하 과학원)에서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이혜숙 인공지능기상연구과장은 “AI 초단기 강수 예측 결과를 내년 여름 방재 기간(5월 15일~10월 15일)부터 국민에게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초단기 강수 예보는 현재 과학원이 추진 중인 핵심 사업 ‘알파웨더(Alpha weather)’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다. 알파웨더는 인간 예보관의 예보 생산과정을 학습한 뒤 시간당 100기가바이트(약 15만 개)의 기상 데이터를 활용·분석함으로써 예보 정보를 신속히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프로그램이다. 최종 판단은 인간이 하되, 그 과정에서 방대한 정보 검색·정리·분석 과정을 AI가 지원해 예보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셈이다.
올해부터 과학원은 10분 간격으로 6시간 이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의 강수 예측 모델(NowAlpha-Q)을 시험 운영하고 있다. 해당 모델은 2014~2019년, 2021~2022년 사이 한반도 강수 패턴과 관련된 방대한 레이더 영상 자료를 학습했다. 이 데이터에 기반해 챗GPT 등 생성형 AI 모델이 사용하는 '트랜스포머 기술'로 미래의 영상까지 생성하는 것이다. 다만 향후 국민에 공개되는 범위는 '2시간 후까지 예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면 내년 여름부터는 누구나 기상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비구름대가 2시간 후 어디를 지날지 알 수 있게 된다.
이 과장은 "기상청이 자체 개발한 모델은 민간 빅테크와 달리 강수 유형도 세분화해 각종 산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며 "저기압성인지, 국지성 강수인지 또는 지형에 의해·장마전선에 의해 내렸는지 등을 분류해 예측 성능을 각각 평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 위기에 발맞춰 앞으로는 기상·기후 예측 기술이 국가 경제 안보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과학원은 2019년 AI 기상기술을 위한 전담조직을 설립한 뒤 현재 3개 분야(기상예측·예보지원·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 1단계 (21~24년)에 접어든 상태다. 다음 목표는 2028년까지 첨단 AI 예보지원시스템을 ‘개인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민간 기업과의 연계 활성화는 물론 국제사회에서 기술확산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전 세계 기상당국 중에서 상당히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재 논의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민간 기술기업과의 협업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