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가자전쟁 발발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휴전 협상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때까지 최종 합의가 미뤄질 가능성도 유력하게 점쳐진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 와이넷 등은 24일(현지 시간) 미국·이스라엘·레바논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시한 60일 임 휴전안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휴전 협상은 이스라엘 안보 내각의 결정에 따라 최종 승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제시한 협상안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하고 미국의 지원을 통해 레바논 남부에 대한 레바논군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해당 협상안에 따라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에서 철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레바논 정부를 통해 협상에 참여 중인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셈은 이미 휴전안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 하레츠는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이 3단계로 구성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휴전 후 헤즈볼라가 리타니강 북쪽으로 철수한 뒤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하며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 경계 설정에 관한 협상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이달 23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휴전 협상과 관련해 미국·레바논 측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미국 중동특사는 이날 이스라엘 관리들에게 “지금이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며 만약 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미국의 중재 노력이 재개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간 협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네타냐후 총리는 특사의 경고가 나온 다음 날 안보 내각을 소집해 휴전안을 재논의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휴전안 동의는 주요 원칙에 대한 합의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대니얼 셔피로 미국 국방부 중동정책 담당 부차관보가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 위해 25일 이스라엘을 방문할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이스라엘 소식통들은 이번 주 안에 양측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휴전 협상 타결을 앞두고 양측은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23일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해 29명이 사망하고 65명이 다치는 피해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다음 날인 24일 이스라엘 북부와 중부에 250발 이상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보복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란은 10월 26일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재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놓아 이란의 대응 수위에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