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이른바 ‘1·6 의사당 난동’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재판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트럼프의 당선에 따른 조처다. 이로써 내년 1월 20일 취임 전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신속하게 해소되는 양상이다.
태냐 첫컨 워싱턴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25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를 기각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트럼프를 기소한 미국 법무부의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해당 혐의에 대한 기소를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스미스 특검은 2020년 대선 직후 트럼프 지지자들이 연방 의사당을 난입·공격해 5명이 사망한 의회 난입 사태(1·6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가 배후에 있다고 보고 네 가지 혐의를 적용해 트럼프를 기소했었다. 미국 정부를 속이려고 모의, 공무 집행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모의, 투표 인증 지연 등 공무 집행 방해,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려 모의 등이었다. 스미스 특검은 이날 “11월 5일 선거 결과로 피고인 트럼프가 2025년 1월 20일에 대통령으로 취임할 것”이라며 “헌법은 현직 대통령을 연방 범죄로 기소하는 것과 후속 처벌을 금지한다는 게 법무부의 오랜 입장”이라며 기소 기각을 요청했다. 미국 법무부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나 처벌이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간섭으로 보고 있다. 필요할 경우 형사재판이 아닌 탄핵 재판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공식 견해다.
트럼프 당선인은 특검의 공소 포기 사실이 알려지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인 트루스소셜에 “이 사건들은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내용이 없고 무법 사건이며 절대로 제기돼서는 안 됐다”면서 “민주당이 이 싸움으로 1억 달러가 넘는 세금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나는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이후 다시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도 이번 결정이 트럼프 당선인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스미스 특검은 요청서에 “이번 결과는 피고인에 대한 재판의 타당성이나 설득력에 기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주요 연방 사건의 공소시효가 5년인 만큼 재기소 시 법적·정치적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점, 트럼프의 셀프 사면 가능성 등으로 사실상 사건이 종결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재기소하면 검찰은 곤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진행되는 성관계 입막음 돈 관련 장부 조작 사건은 이달 26일로 예정됐던 형 선고를 연장한 상태다. 트럼프 당선인에게는 주검찰 사건 한 개만 남았다. 조지아주 검찰이 2020년 대선 직후 경합주였던 조지아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트럼프가 주 국무장관 등에게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주검찰 사건)이다. 미 언론들은 “주검찰 및 법원이 진행하는 사건인 만큼 연방정부가 관여하기 어렵다”면서도 “(주검찰과 법원은) 다른 연방 사건과 마찬가지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및 재판을 진행하는 데 대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수사를 한 특별검사와 풀턴카운티 검사장이 사적 관계인 것이 드러나며 재판이 중단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