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대회 상금을 가상자산으로 주는 위믹스 챔피언십이 최근 ‘코인’ 지급을 완료하면서 보유와 매도 사이 선수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17일 부산에서 대회를 끝낸 주최 측은 지난주와 이번 주 초에 걸쳐 선수 전원에게 ‘위믹스’ 지급을 마쳤다. 위믹스는 게임 업체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자산이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뒤 왕중왕전 성격의 이벤트 대회 위믹스 챔피언십이 처음 개최됐고 올해 2회 대회를 치렀다. 이번에 선수들에게 지급된 위믹스는 위믹스 챔피언십 순위(1~24위)에 따른 보수와 시즌 포인트 랭킹(1~60위)에 따른 보수를 합한 것이다.
올해 대상(MVP) 등 3관왕으로 투어를 평정한 윤이나는 시즌 랭킹 1위에 따른 9만 위믹스와 위믹스 챔피언십 성적에 따른 6만 3000위믹스를 더해 총 15만 3000위믹스를 수령했다. 윤이나는 이를 24일에 전량 매도했다. 24일의 시가는 1위믹스당 1562원, 종가는 1753원이었다. 편의상 중간값인 1657원에 팔았다고 치면 약 2억 5000만 원을 번 것이다. 배소현은 5만 3166위믹스를 수령과 즉시 전부 매도했다. 박민지도 다 팔았다.
이와 반대로 일단 팔지 않고 들고 있어 보자는 ‘장투(장기 투자)족’이 더 많은 분위기다. 위믹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김민선이 대표적이다. 김민선은 우승에 따른 25만 위믹스에다 보너스 1만 위믹스, 시즌 랭킹으로 4500위믹스를 받아 26만 4500위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28일 시세에 따르면 대략 4억 5000만 원 돈이다. 올 시즌 정규 투어 가운데 가장 우승 상금이 큰 한화 클래식(3억 600만 원)보다도 훨씬 큰돈이다. 26만 위믹스는 대회가 끝난 열흘 전 만 해도 3억 6000만 원 수준이었는데 그새 1억 가까이 뛰었다.
김민선 측은 이벤트 대회이기는 해도 정규 투어 데뷔 후 첫 우승이라는 의미가 크기에 당장 팔아서 현금화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선수들 사이에 기부 문화가 정착돼 있는 만큼 혹시 몰라 큰 폭으로 오르면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운용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계산도 있다.
박현경과 김수지도 장투로 방향을 잡고 있다. 박현경은 “지난해 대회 뒤에는 1만 3000위믹스만 빼고 다 팔았는데 올해는 좀 다르게 보고 있다. 주변의 조언도 들어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위믹스 챔피언십 준우승자인 김수지도 “며칠 전 (총 보유 수량의 일부인) 1만 위믹스만 팔았다. 1회 때 받은 것들도 남아 있어서 천천히 생각하려 한다”고 했다.
1회 대회 때는 현금화가 가능해진 첫날에 전량 매도하는 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상자산 대회’ 자체가 낯설다 보니 일단 현금화하는 게 안전하고 속 편하다는 분위기였다. 올해는 두 번째인 데다 최근의 ‘트럼프 랠리’에 따른 코인 불장도 ‘일단 보유’ 쪽으로 선수들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승자 이예원이 무려 8억 원을 손에 넣었던 만큼 일부는 당시 시세를 기준 삼고 관망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LIV 골프 간판 선수 간 2대2 대결은 상금을 가상자산(크로노스)으로 지급한다고 28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 이벤트에는 PGA 투어 대표로 스코티 셰플러와 로리 매킬로이가, LIV 대표로 브라이슨 디섐보와 브룩스 켑카가 출전한다. PGA 투어 아시아 담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위믹스 챔피언십의 상금 지급 방식에 관심을 갖고 위믹스 측과 꾸준히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