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산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핵심 시설을 폭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전력 기반 시설을 집중 공격해 대규모 정전 사태를 일으킨 데 이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형 미사일로 공습할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지적이고 경험이 많은 대통령”이라고 언급해 추후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28일(현지 시간)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집단안보이사회(CSC)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한 것에 대응할 것”이라면서 “국방부와 총참모부가 타격할 목표물을 선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사 시설이나 방위산업 시설, 키이우의 의사 결정 기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의사 결정 기지가 어떤 곳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실·국방부 등을 지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를 타격해 대규모 정전 사태를 낸 데 이어 강한 경고성 발언을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신형 미사일 오레시니크의 위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중앙에 있는 모든 것이 재로 변한다. 3~4층 깊이의 지하에 있는 시설, 그보다 아래에 있는 시설도 타격한다”며 “타격력이 엄청나다”고 주장했다. 오레시니크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영국의 장거리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자 맞대응한 신형 미사일로 서방 관계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정확한 제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초속 2.5~3㎞, 사거리 3000~5500㎞의 중거리 미사일로 다량의 핵을 실어 유럽 전역을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퇴임 전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제공을 제안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의식한 듯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획득 시도를 막을 것이며 그런 시나리오가 전개되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모든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제조 능력이 없고 고작 ‘더티 밤’(dirty bomb, 재래식 폭탄)’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러시아는 이에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협상 무대로 나갈 의향이 있음을 내비쳐 속내에 관심이 모아진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는 경험이 많고 지적이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러시아는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키스 켈로그 전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을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로 지명한 데 대한 반응인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의 일부 영토 포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연기 등 러시아의 구상과 일맥상통한 주장을 해왔던 인물을 특사로 내세우자 러시아가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한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29일 북한을 공식 방문해 북러 간 군사적 밀착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군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파병한 가운데 이뤄진 방문 일정으로 북한군 추가 파병 및 전쟁 관련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이날 북한 평양에 도착한 뒤 첫 회담 상대로 노 국방상과 만나 "러시아와 북한의 우호적인 관계가 군사협력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벨로우소프 장관은 지난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을 언급하며 "우리는 최고위급에서 도달한 모든 합의를 실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