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찾아온 가상자산 시장 활황기를 맞아 거래소들이 3대 리스크 선제 대응에 나섰다. 해킹과 시세조종, 정치권의 과세 논의 등 세 가지 리스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모처럼 찾아온 ‘불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대비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들은 지난달 미국 대선 이후 올 3월 기록했던 최대 거래량을 갱신하며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거래소 업계에서는 “2017~2018년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이후 세번째 불장이 찾아왔다”고 말한다.
거래소 업계는 이같은 장에서 보안이나 시세조종 사고가 나면 좋은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져 질 수 있다고 보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특히 보안의 경우 5년 전 업비트에서 발생한 580억 원 어치 이더리움 해킹 사건이 북한 소행으로 최근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의 경각심이 더욱 커진 상태다.
코인원은 화이트해커 출신인 차명훈 대표가 이끄는 만큼 보안만은 자신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일반 정보기술(IT) 기업의 정보보안 예산은 전체의 10~15% 비중이지만 코인원은 올해 IT 퍄트 전체 예산의 30%를 보안에 할애했다. 보안 조직은 전체 인력의 10% 수준을 다른 IT 기업에 비해 높다. 코인원 관계자는 “장애·재해·외부공격 등 사고 시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각각의 시나리오를 설정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설립 이후 10년 연속 보안 무사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팍스는 삼성화재의 가상자산사업자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다. 가상자산보험은 해킹 등으로 발생한 사고를 보상해주는 상품으로 의무보험이며 5대거래소 중 유일하게 고팍스만 가입해 있다.
가상자산 관련 보이스피싱이 늘어나는 데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자체 개발 이상거래탐지 시스템(Fraud Detection System·FDS)에 거래 패턴을 학습하는 인공지능(AI)을 도압했다. 회사 관계자는 “AI 기반 FDS를 활용해 누적 1200억 원 이상의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차단해 이용자 피해를 예방했다”고 밝혔다.
빗썸은 ‘AI 기반 보안위협탐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웹상에 생성된 거래소 사칭 사이트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48시간 내로 차단하는 한편 72시간 내로 피해 고객 확인 및 안내까지 수 있다. 빗썸 관계자는 “이 시스템으로 최근 약 50억 원 규모의 거래소 사칭 사이트 범죄 피해를 예방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시세조종 의도가 있는 이상거래를 잡아내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빗썸은 최근 '자전거래 방지 시스템'을 도입해 의심 주문에 대해 ‘주문 불가’로 처리하고 있다. 이재원 빗썸 대표는 “투명한 거래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한층 강화된 자전거래 기준을 적용하는 한편,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예방하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업비트, 코인원, 코빗, 코팍스 등도 이상거래를 적출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모니터링 인력을 강화해 불공정거래 소지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가상자산 양도와 대여에 대한 과세(양도소득세 20%와 지방세 2% 등 22%)를 2년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거래소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의 형평성’, ‘투자자 외국 거래소로 이탈’의 두 가지 논리로 물밑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지난달 13일 ‘디지털자산 컨퍼런스(D-CON· 디콘)’ 행사에서 “과세 이후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로 이탈할 경우 과연 그들이 한국 정부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고객의 과세 자료를 제공할지 의문”이라며 “그러면 국내 거래소 활성화라는 정책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득이 있으면 세금이 있다는 원칙에는 반대할 수 없지만 금투세 기준에는 맞춰야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계속 해나가겟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