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민주당이 집권 여당을 누르고 득표율 1위를 차지하면서 7년 만에 연립정부 구성이 바뀔 전망이다. 고물가에 시달린 국민들의 정권 심판론이 아이슬란드에서도 힘을 얻었다.
1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조기총선 개표 결과 사민당이 약 21%의 득표율로 의회 전체 63석 중 15석을 확보했다. 기존 6석에서 2배 이상 규모를 늘린 셈이다.
연정이 붕괴하며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르드니 베르딕트손 전 총리가 이끄는 기존 집권 독립당은 19.4%의 득표율로 2위(14)에 머물렀다. 3위는 득표율 15.8%를 얻은 자유개혁당으로 11개 의석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는 베네딕트손 전 총리가 이민과 에너지정책, 경제 등 여러 문제로 민심을 잃은 후 조기 총선으로 치러졌다. 사실상 집권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짙었다는 의미다. 특히 아이슬란드 역시 다른 유럽 국가와 비슷하게 높은 인플레이션과 주택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생계비 문제에 시달리고 있어 국민들의 분노가 반영됐다고 AP통신은 짚었다. 실제 2017년부터 이번 총선 직전까지 약 7년간 독립당과 함께 집권 연정을 꾸려온 중도우파 진보당과 좌파녹색당의 성적표는 그야말로 처참했다. 3년 전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진보당은 7.8%를 득표해 5석을 확보하는데 그쳤고 녹색당은 2.3%의 득표율로 기존 8석을 모두 잃었다.
차기 총리는 36살의 여성 정치인인 사민당 대표 크리스트륀 프로스타도티르가 유력하다. 그는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즉각 새 연정 구성에 돌입할 전망이다. 인구 40만 여명의 아이슬란드 의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전통적으로 다양한 정당이 연합해 정부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대통령과 총리 모두가 여성인 역사상 첫 정부가 탄생할 가능성도 관측했다. 사민당과 연정 가능성이 높은 의석수 3위의 개혁당이나 4위 국민당(10석) 모두 대표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아사이신문은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성 평등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지난 8월부터 여성인 할라 토마스도티르가 대통령을 맡고 있으며 총리도 여성이 될 경우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총리를 동시에 여성이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