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 투입과 정부의 정책 지원이 바이오 산업 성장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일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7월 상하이시는 집적회로, 생물의약, 인공지능(AI)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총 1000억 위안(약 19조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중 상당한 자금이 생물의약 분야에 할당돼 혁신 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국가 주도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정부의 ‘제14차 5개년 바이오 경제 발전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바이오 경제 총량을 22조 위안(약 4200조 원)으로 확대하고 이 가운데 핵심 산업의 총량을 7조 5000억 위안(약 1300조 원) 이상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중국이 정부 보조금 등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장악한다면 이제 막 성장 단계에 진입한 국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한국 정부도 바이오 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키우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크다. 바이오 기업의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K바이오·백신펀드’ 출자 사업은 위탁운용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5000억 원 규모로 계획됐던 펀드는 3분의 1 수준인 150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운용사 선정도 지연되고 있다. 이마저도 백신 개발이나 임상 단계에 들어간 일부 바이오 기업만을 지원 대상으로 설정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 업체들이 사실상 유일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시장마저 과도한 규제에 막혀 있다. 기술특례상장 바이오 기업의 경우 5년 내 매출 30억 원을 내지 못하거나 3년간 2회 이상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 사업 손실(법차손)이 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 종목에 지정된다.
한 신약 개발 업체 대표는 “중국 업체들의 자금력은 사실상 한계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매출이 없는 데다 임상시험에 수백억 원이 드는데도 바이오 기업들의 직원들은 몇천 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정부 지원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상장 유지 조건도 까다로워 신약 개발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 구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