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비트코인(BTC) 폭락세가 국내 거래소에만 국한되면서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영향력이 약화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대규모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서 개인투자자 중심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30분경 계엄령 선포 직후 업비트에서 BTC 가격은 30% 넘게 폭락하며 8800만 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같은 시간 코인마켓캡 기준 글로벌 BTC 시세는 9만 4000달러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국내 BTC 시세 급락이 글로벌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이다.
BTC 시세에 대한 국내 시장 영향력 약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올해 미국 등 주요국에서 출시된 현물 ETF가 지목된다. 현물 ETF를 통해 전세계 BTC 거래가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재편된 반면, 국내 시장은 여전히 개인 투자자 위주로 운영돼 글로벌 시세에 대한 영향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BTC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거래가 제한돼 있다. 가상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 계좌 발급도 막혀 있어 BTC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직접 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초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대폭 성장하면서 국내 거래 비중은 더욱 축소됐다. 4일 코인마켓캡 기준 국내 최대 거래소 업비트의 BTC 거래량은 전체의 2%, 2위 거래소 빗썸은 0.58%에 그쳤다. 이승화 디스프레드 리서치 팀장은 “리플(XRP) 등 국내 거래소의 영향력이 큰 종목과 달리 현물 ETF가 출시된 BTC와 이더리움(ETH)은 기관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국내 법상 해외 거래소의 한국 영업이 어려워 국내 이슈가 글로벌 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선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받지 않은 해외 거래소의 국내 영업이 금지돼있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어제의 급락 사태는 국내 거래소에 한정된 150여 분간의 특수한 상황이었고,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가 국내 거래소에 집중돼있어 글로벌 시장에 미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한국 시장의 상대적 영향력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시장 영향력 약화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