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금융 시장 살얼음판…비상체제 가동해 경제 붕괴 막아라


심야의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에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4일 코스피지수는 1.44%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달러당 1442.0원까지 폭등하는 등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금융시장은 “금융·외환시장 안정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정부의 구두 개입과 한국은행의 단기 원화 유동성 공급 등에 힘입어 장 후반 점차 안정세를 되찾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돼 잠재적 여파는 밋밋할 것 같다”면서도 “국제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마이너스 쇼크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계엄령 파동에 따른 금융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계엄으로 정치 혼란이 부각되면서 한국의 주식·통화·채권을 거래할 때 ‘리스크 프리미엄(웃돈)’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외국인 투자가들은 수출 둔화, 정책 신뢰 하락 등의 여파로 국내 주식을 최근 석 달 새 16조 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증시 밸류업’을 외치던 정부가 외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증폭시키고 있으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는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내각 총사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국정 리더십 공백이 발생할 경우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해외 투자가들의 ‘셀 코리아’ 현상이 확산될 것이다. ‘쏠림’ 현상이 지배하는 금융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외국인 탈출은 자칫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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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사태 전부터 우리 경제의 대내외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기 그지없다. 구조 개혁 부진, 고금리 장기화 등의 여파로 내년부터 1%대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국정 동력을 상실하면 경기 활성화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의 동력도 날려버릴 가능성이 크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특히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제·안보 전략 마련에 차질을 빚을 경우 우리 기업들이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에 별다른 방패도 없이 그대로 노출된다.

여야정과 노사가 국력을 결집하고 복합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경제 안전벨트’를 단단히 좨야 할 때다. 정부는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고 경제 안정과 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 불안이 수출·내수 등 실물경제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파제를 튼튼히 쌓아야 한다. 금융 당국은 24시간 모니터링,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외환시장 불안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경제 분야만이라도 초당적 협치를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노동계는 무기한 총파업 등 정치투쟁을 멈추고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도 일본처럼 ‘잃어버린 30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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