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강경파 나바로, 백악관 귀환…'국정공백' 韓 비상등 켜졌다 [비상계엄 후폭풍]

■트럼프, 무역 고문에 지명

"환율로 무역적자 줄여야" 주장

더 세고 빠른 'MAGA' 예고 속

관세폭탄 등 美 압박 거세질 듯

韓 '탄핵국면' 대응책 마련 한계

피터 나바로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 지명자가 지난 7월 17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피터 나바로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 지명자가 지난 7월 17일(현지 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무역 및 제조업 선임 고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진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지명했다. 한국에 대한 FTA 재개정 압박 및 관세 폭탄 등 트럼프 2기에 휘몰아칠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은 ‘계엄령발(發)’ 국정 공백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는 4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에 “나바로가 무역 및 제조업 분야 선임 고문으로 다시 함께 일하게 됐음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내정 사실을 밝혔다. 트럼프는 “내 첫 임기 때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두 가지 신성한 원칙을 집행하는 데 나바로보다 더 효과적이거나 끈질긴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와 같은 불공정한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는 데 도움을 줬고 모든 관세 및 무역 관련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했다”며 “그의 임무는 제조업과 관세, 무역 의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75세의 나바로는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해온 인물이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저서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7년 9월 한국에 한미 FTA 종료를 통보하는 서한을 들고 내부 회의에 등장했는데, 나바로와 윌버 로스 당시 상무장관이 이 문건을 작성했을 것으로 우드워드는 추정했다. 나바로는 2016년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2012년 체결한 한미 FTA로 일자리 10만 개를 잃었다. 우리의 무역적자는 배로 늘었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로 인한 손해의 75%는 자동차 산업에서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나바로는 관세와 환율로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등에 대해 압박을 할 수 있다고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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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로 당선 한 달을 맞은 트럼프는 1기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빠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한 달 동안의 발표와 인선을 보면 ‘관세의 무기화’ ‘속도전’ ‘충성파’로 요약된다. 취임하기도 전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불법 이민자와 마약 반입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고 중국에 대해서도 기존 관세에 추가로 10%를 더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예스맨’으로 내각 및 참모진을 꾸린 만큼 2년 뒤 중간선거 전까지 주요 정책을 빠르게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의 보편관세(10∼20%)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이 55억∼93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중 간 관세 전쟁이 벌어질 경우 한국의 수출이 최대 448억 달러까지 감소하고 내년 경제성장률도 0.1~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문제는 국내 정치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계엄령과 이어진 탄핵 국면으로 국정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내의 한 한국 관료는 “2016년 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도 관료들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은 국가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의 공급망·재무·정책 리스크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투자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 위협에 취약한 상태에서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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