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6일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본회의 탄핵 표결을 하루 앞두고 ‘탄핵 반대’ 당론을 뒤집은 여당 대표의 발언에 친윤계가 거세게 반발하며 여권은 요동쳤다.
‘2차 계엄’ 가능성까지 제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을 “내란 범죄의 수괴”로 몰아세우며 조속한 탄핵과 수사를 촉구했다. ‘계엄 사태’가 촉발한 비상 정국 속에 7일 헌정 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표결 결과가 윤석열 정권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이 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과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큰 위험에 빠뜨릴 우려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이 아직 자진 사퇴 의사는 내비치지 않고 있는 만큼 또 다른 직무정지 카드인 윤 대통령 탄핵안에 사실상 찬성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만 해도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당론에 동의했던 한 대표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에 한 대표를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로 불러 독대했지만 한 대표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한 대표는 독대 직후 의원총회를 통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무정지)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 이제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대표가 야당이 추진하는 대통령 탄핵에 동참 의지를 드러내자 탄핵안 통과의 키를 쥔 여당은 계파별로 찬반이 엇갈리며 분열 양상을 보였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이날 “대통령 직무정지를 빨리 해야 한다”며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 친윤계 김기현 의원은 “탄핵은 국가적 불행이다. 어린아이 손바닥 뒤집듯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다만 계파색이 옅은 안철수 의원이 “표결 전까지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 탄핵안에 찬성할 수밖에 없다”며 최후통첩을 하는 등 당심이 크게 흔들려 탄핵안 가결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여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여야 대표 회담까지 제안하며 여당의 이탈표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은 국가 내란 범죄 수괴”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직무에서 배제하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사·체포·구금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2차로 계엄을 선포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192석인 야당 의석을 고려할 경우 여당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탄핵안은 가결되고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7일 오후 7시 탄핵안 표결을 예고한 민주당은 표결 시간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