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9시 26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국회 재적 의원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0만 명의 시민이 모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은 순간적으로 정적이 감돌았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말을 잃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뉴스가 나오는 전광판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스크린을 향해 “국민의힘 해체하라”,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고성을 내질렀다. 일부 시민은 국회의사당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윤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이를 밟는 시민도 있었다. 허탈한 표정을 지은 몇몇 시민들은 자포자기한 채 자리를 떴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직후 집회 현장 인근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 앞에 있던 시민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표결이 마무리될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외치던 “투표해, 투표해”라며는 구호는 이내 잦아들고, 이내 격양된 언어로 바뀌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장 나오라”는 외침도 들렸다. 한 시민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라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국회의사당 진입을 위해 월담을 하려했지만, 인근에 있던 다른 집회 참가자들의 만류로 시도에 그쳤다.
이날 집회 현장의 표정은 시시각각 바뀌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퇴장으로 침울했던 분위기는 안철수, 김예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투표를 했다는 소식에 순식간에 바뀌었다. “혹시 모른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희망에 찬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김상욱 의원이 투표를 마치고 나와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라고 밝히자 이내 분위기는 다시 가라앉았다. 시간이 흐르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표결을 마치겠다고 한 오후 9시 20분이 다가와도 추가 투표 소식이 없자 시민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시계만 바라봤다. 개표가 시작되고 끝내 투표가 성립되지 않자 현장은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윤 모(57) 씨는 “말할 것도 없이 참담하다. 국민의 대표로서 한 일을 거부한 것”이라며 “국민들은 야외에서 추위에 떨며 탄핵을 외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은 반대를 하더라도 투표장에 들어는 가야했지 않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곽 모(28)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대학교 졸업시험 때문에 나오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또 있을 줄 몰랐다”라며 “오늘은 (탄핵에) 실패했지만, 시도는 계속돼야 하고 이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의도 현장에는 오후 4시 4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0만7000명이 몰렸다. 경찰은 교통경찰 230명 등을 경찰력을 현장에 파견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는 인파가 몰리자 혼잡 해소 시까지 한 때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양방향 무정차 통과하기도 했다.
이날 탄핵소추안 통과가 무산되면서 향후 도심권과 여의도 등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 또한 추가 탄핵을 추진하는 한편, 수사기관은 이달 3일 선포된 계엄과 관련해 고발장 등을 접수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