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끈 핵심 동력으로 ‘민주화’를 꼽았다.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민주주의 사수 의지가 고무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로빈슨 교수는 7일(현지 시간)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 부문에서 많은 성과를 거둔 것은 맞다”면서도 “한국이 오늘날처럼 번영하는 데는 민주화가 핵심적이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 성과는 분명하지만 독재자의 의지만으로는 발전이 지속 가능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화를 기점으로 분출된 한국 국민의 ‘창의성’도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지목했다. 로빈슨 교수는 “박정희 정권 때의 경제 발전은 조선업 및 철강업 육성이나 수출과 같은 것이었다”며 “발전 수준을 한 단계 격상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더욱 광범위하게 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팝·영화 등 한국 문화 산업의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군사정권이 여전히 집권 중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었을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는 다론 아제모을루,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함께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보고 반대의 경우로 ‘착취적 제도’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로빈슨 교수는 자신의 연구 내용을 최근 발생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적용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포용적 제도를 착취적 방향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언제나 있다”며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철회 과정을 두고는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 굉장히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매우 공세적인 정책을 펼 것으로 보여 미국의 동북아시아 최대 동맹인 한국·일본에 유리할 수는 있다”면서도 “그의 반(反)세계화적 정책은 결국 한국·일본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도 해로울 것”이라고 전망했다.